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서보민 판사)는 “서울특별시 구로구는 LH에게 4억4703만 원을 지급하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사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로구는 고척동에 있었던 구 서울남부구치소를 현 천왕동으로 옮기기 위해 LH와 개발사업 계약을 맺는다.
계약은 LH에 천왕동 신규 남부구치소 조성사업을 맡기는 대신, 원래 위치였던 고척동 땅과 건물을 사업비로 지급하는 대물변제 형식이었다.
남부구치소는 예정대로 2011년 천왕동으로 옮겼고, LH는 앞서 맺은 계약에 따라 이듬해인 2012년 고척동 부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등기를 이전해왔다.
문제는 2018년 불거진다. LH는 리츠를 통해 고척동 땅에 주택을 짓는 등 복합개발사업에 착수했는데 이때 지반에서 폐콘크리트 7000여 톤, 폐토석 8만1000여 톤 등 대량 혼합폐기물이 발견된 것이다.
LH는 이 혼합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22억 원을 쓰게 되고, 이에 “구로구가 하자 있는 땅을 팔았다”며 2021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구로구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봤다. 구로구가 토지 소유자이긴 했지만 혼합폐기물을 직접 매립했거나 투기·방치한 것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비교적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던 남부구치소 부지는 기습 폭우 때마다 매년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1972년 태풍 ‘베티’로 침수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들어 “일부 콘크리트 파일은 그 과정에서 지반 보강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폐기물은 언제 매립된 건지, 한 번에 묻힌 건지 오랜 기간 조금씩 묻혀 쌓인 건지, 이 폐기물이 구치소와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점을 짚어 구로구 역시 사전에 이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는 구로구의 잦은 관할지역 변동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서단에 자리한 구로구는 1963년까지는 부천시에 해당했지만 1963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 영등포구로 편입됐고, 1980년부터는 신설된 구로구에 속하게 됐다.
남부구치소 역시 이에 따라 자주 이름을 바꿔야 했다. 부천시 관할이던 1940년대 '부천형무소'로 개청해 1961년 '부천교도소'로 명칭이 변경됐고, 영등포구 소속이던 1968년엔 '영등포교도소'로 이름을 달리했다가 2011년 서울남부구치소로 최종 변경됐다.
재판부는 이에 “구로구의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한다”면서 22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4억40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