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올해 매출 신기록이 기대되는 가운데, 벌어들인 만큼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순환구조가 업계에 자리 잡았단 평가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매출 1조 원 이상의 상장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올해 3분기까지 각자 100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기록한 기업은 셀트리온이다. 매출의 13.02%인 2335억 원을 쏟아부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중심 기업에서 신약 개발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첫 작품인 ‘짐펜트라’(램시마SC)가 미국 내 신약 허가를 획득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연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해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하면 R&D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3조 원에 도달하면 연간 1조 원 이상을 R&D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예상 시점은 2025년이다.
분기 매출 1조 원 시대에 들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24억 원을 R&D에 썼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9.5% 늘어난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선제적인 생산설비 확대와 함께 세포주 제작 및 생산 공정 기술력을 개선해 글로벌 빅파마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이고 있다. 잇따라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연간 수주액은 2조726억 원을 돌파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바이오팜이다. 아직 분기별 적자지만, 올해 3분기까지 987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SK바이오팜이 개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해낸 ‘엑스코프리’는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 회사는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과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3대 신규 모달리티로 삼고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3분기까지 1518억 원을 투자, 매출의 16.82%를 썼다.
대웅제약은 R&D 강화를 통해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와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를 탄생시켰다. 현재 비만, 궤양성대장염, 특발성폐섬유증,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와 1조7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한 종근당은 1026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매출 대비 비중은 전통 제약사 ‘빅(Big)5’ 중에선 가장 낮은 8.81%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R&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인 이중항체 항암 바이오 신약 ‘CKD-702’,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견 제약사들도 꾸준한 R&D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일동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849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8.9%로 전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동제약은 대사성 질환과 퇴행성 질환, 간 질환, 위장관 질환, 안과 질환 등의 분야에서 6~7개의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을, 암과 심혈관 질환, 신경·정신계 질환, 감염성 질환, 폐·호흡기 질환 등의 영역까지 포함하면 약 25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달 1일 R&D 전담 자회사 유노비아를 출범하면서 기술수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전년동기 대비 32.3% 증가한 558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들였다. 자체 구축한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해 윈트(Wnt)와 스탯(STAT)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면역질환·재생의학 분야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며 R&D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과 STAT3 표적 항암제 ‘JW2286’은 내년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또한, 화학·생물 정보학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더해 R&D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의 디스커버리 플랫폼과 오픈 이노베이션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