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횡재세와 강요된 '상생금융'

입력 2023-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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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당국, 국회, 국민들…. 어쩌다 보니 어디에도 은행권 편을 드는 사람이 없다. 마치 은행에서 버는 돈을 당연하게 사회에 환원해야만 하는 분위기처럼 몰아가고 있다. 은행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려 하는데 수익을 자꾸 내놓으라고만 하니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금융시장이라는 게 계속 변하는 만큼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법(횡재세)을 통해 하는 것보다는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간 논의를 통해 (상생금융을) 하는 게 세부적인 상황까지 챙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금융당국-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언급한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횡재세를 언급하며 금융지주들의 상생금융 확대를 압박했다. 다만 금융당국에 있어서 횡재세 도입은 은행권을 향한 압박 카드일 뿐, 직접 휘두를 ‘칼’은 아니다.

여기엔 정치적인 영향이 개입돼 있을 터다. 현재 횡재세 법안을 낸 의원들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기본소득당, 진보당,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들로만 이뤄져 있다. 국민의힘은 횡재세 법안 발의가 전형적인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이라며 반발한다.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금융당국이 대놓고 찬성할 수도 없는 실정. 당국이 횡재세 법안을 빌미로 금융지주들에게 더 큰 규모의 상생금융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배경이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에서 내놓은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상생금융안에 대해 “헛돈을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당국과의 조율 없이 단순히 정부와 당국의 질타 한마디에 면피용 대책을 내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금융당국을 향해 “국회 입법 논의 방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상생금융을 하라며 ‘돈을 더 내놓으세요’라고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 금융의 모습”이라며 “상생금융의 지원 대상·금액·방식까지 상세히 제시하고 국회에서 이날 논의하려는 횡재세를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야당이 추진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사회적 공론화도 국회 논의도 없는 관치금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민주당과 함께 초과 이익 환수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은 건 ‘은행의 시간’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이든, 국회 횡재세 법안이든 결국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2조 원 이상의 추가 상생금융 비용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이상’을 쓰지 않으면 당국이나 국회에 또 다시 ‘퇴짜’를 맞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일 간담회에서 ‘자발적 참여’ ‘자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강요에 의한 ‘상생금융안’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2조 원 규모의 상생안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은행권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 제 돈으로만 모든 사업을 하겠느냐”며 “대출금리를 반짝 올려 이자 수익으로 일부 재원을 충당하고, 차주들만 어려워지는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과 국회의 ‘융단폭격’에 은행권도 괴롭겠지만, 더 힘들어지는 건 금융소비자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국회도, 은행권도, 금융소비자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진짜 상생금융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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