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 진화위 권고에도 국가가 이행 노력 안해”
동해에서 조업 중 북한으로 끌려갔다 돌아온 뒤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납북귀환어부 김춘삼(67) 씨가 국가를 상대로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국가폭력의 주도적 책임이 있는 검찰에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1971년 8월 선원 25명과 함께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북한 어선에 납치됐다. 당시 15살이었던 그는 1년이 흐른 1972년 9월 강원도 속초로 귀환했다.
이후 김 씨 등 납북귀환어부들은 간첩으로 몰렸다. 당시 수사기관은 고문과 폭력 수사를 벌였고, 합동수사의 주체였던 검찰은 이를 방조, 묵인하며 범죄 사실이 조작되는 것에 일조했다고 한다.
반공법‧국가보안법‧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했다. 처벌을 받은 뒤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해양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당했고, 간첩으로 몰려 감시를 당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올해 5월 12일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납북귀환어부 32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을 통해 50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은 셈이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5월 10일 “국가가 납북귀환어부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가가 이행 노력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성엽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북한으로 납치되는 과정 및 귀환 이후에 자행됐던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라며 “한순간에 사라진 명예는 50년이 지나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총장의 사과문 게재도 이번 손배소 청구 취지에 포함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민법 제746조 명예훼손 특칙에 따르면 법원이 행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과거 지자체가 국가를 상대로 이런 식의 소송을 한 적도 있다”며 “그당시 검찰이 간첩 조작 등 주도적으로 명예훼손을 했으니 직접 사과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