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영국 의회 연설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인 올해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 격상부터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에 따른 공급망·디지털 무역 협력 기반 강화, 디지털·인공지능(AI)·사이버 안보·원전·방산·반도체·청정에너지 등 분야별 협력 확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윈스턴 처칠 수상이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말한 점을 인용한 윤 대통령은 북한 핵 위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기후대응·디지털 분야 격차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라는 주제로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 영국 의회를 '의회의 어머니'로 표현한 윤 대통령은 "영국은 근현대 세계사의 개척자였다. 자유민주주의 주춧돌을 놓고 시장경제 질서를 꽃피웠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이 유럽 국가 중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점부터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의 첫 한국어 신약성서 번역(1887년), 브리스톨 출신 어니스트 베델(Earnest Bethell) 기자의 1904년 대한매일신보 창간, 한국전쟁 참전 등 양국 간 인연도 소개했다.
이어 "전쟁의 포화로 잿더미만 남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다. 영국은 이번에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한국전쟁 이후 영국이 원조한 점을 언급한 뒤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됐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양국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는 점부터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 강화, FTA 개선 협상을 비롯한 경제 협력 확대 방침도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뤄져 왔으며, 2021년 한영 FTA가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이번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보다 개방되고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고, 영국과 함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 협력 지평이 디지털·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영국 의회) 의원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지정학적 리스크(북한 핵 위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국가 간 경제 격차(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등)에 대해 언급한 뒤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말을 인용해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는 말로 좌중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영국 의회에서 영국과 한국이 함께 그려갈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문구를 언급한 뒤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