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허영, 연비제 산식 질문에 "국민은 알 필요 없어"
이재명 "무관용 대처" 하루 만에 최강욱 중징계
더불어민주당 내 설화가 거듭되면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실언 대상이 청년·여성과 같은 특정 세대·성별 등 국민을 정면 겨냥했다는 점에서 민심 이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는 "무관용 대처"를 거론한 지 하루 만에 '설치는 암컷' 발언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최강욱 전 의원을 중징계하며 본격적인 수습에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언사와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은 향후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따르는 책임을 무겁게 여기고 절제된 언어와 품격 있는 활동으로 임할 것을 거듭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청년 비하 논란을 부른 현수막 사태와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실언 등이 반복되면서 당 전체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한 데 따른 진화 차원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전날(21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공복인 정치인은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을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며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경고는 실제 징계로 이어졌다. 지도부는 이날 최 의원에 대해 당원자격 정지 6개월 비상 징계를 내렸다.
박 대변인은 최고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헌 제77조 및 당규 제7호 제14조 제32조에 따라 최강욱 당원에 대해 당원자격 정지 6개월 비상 징계를 의결했다"며 "당내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엄정한 대처 및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전 의원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민의힘은 전날 소속 여성의원 전원 명의의 성명을 내고 최 전 의원 발언에 제동을 걸지 않고 맞장구를 친 민 의원과 김용민 의원 등 관련자 전원 출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실언은 선거법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나왔다. 허영 의원은 전날 정개특위 소위원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산식을 아는가'라는 취지의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국민은 그 산식을 알 필요가 없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이후 허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린다"며 정개특위 위원직 사의를 밝혔다.
그보다 앞선 17일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당 현수막 문구가 공개되자 청년을 정치·경제에 무지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당내에서 "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문구는 업체에 맡겼다"는 당 해명은 비난 여론을 더 키웠고, 결국 총선기획단장인 조정식 사무총장이 나흘 만인 20일 공개 사과했다.
민주당은 7월에도 "왜 미래가 짧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 1로 표결하냐"는 김은경 혁신위원장 발언이 노인 폄하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노인부터 청년, 여성까지 실언 명부에 오르면서 당내에서도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말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실행까지 이어져야 당의 기강이 바로 설 수 있다"며 "당 차원에서도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BBS라디오에서 '일벌백계 차원의 조치가 있을 수도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징계를 시사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신속한 징계 조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실언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가시적인 조치가 나온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에 의원이 아닌 권리당원(최 전 의원)도 징계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반면교사로 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 말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