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동네 슈퍼에선 못 팔아…판매자 등록 요건 완화 필요”

입력 2023-11-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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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규제뽀개기 4탄)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수천 기자 int1000@)

의약품 접근성 개선 제도 취지와 현장 여건을 고려해 안전상비약 판매업소에 대한 ‘24시간 운영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숙박업소에 대한 TV 수신료 등 규제도 풀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컨퍼런스홀에서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규제뽀개기 4탄)를 개최했다.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국민이 직접 규제개선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중기부는 골목상권과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로 숙박업소, 정육점, 편의점 등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했다.

이날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 요건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려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의 경우에만 등록할 수 있다. 약국이 많지 않은 지역의 동네 슈퍼 등에서는 판매할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도시지역 편의점에서도 최저임금과 전기료 인상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24시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올해 ‘상비약 판매실태 조사’에 따르면 운영시간 미준수율은 5.5%로 지난해(3.1%)보다 2.4%포인트(p) 증가했다.

편의점 점주인 장동진 씨는 “요즘은 편의점도 24시간 운영하지 않고 야간에는 무인점포로 운영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다”며 “근처에 약국이 없는 동네에 사는 경우 상비약이 필요할 때 멀리 있는 24시간 편의점까지 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사전 100명, 현장 50명의 투표 결과 규제 완화 찬성 131, 반대 13으로 집계됐다. 시민 A 씨는 “의학 전문가에 의해 처방돼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비약’이라는 용어 자체에 들어있다”며 “편의점주도 의학적 지식을 갖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관리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24시간 규제가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B 씨는 “의약품은 공산품과 달리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데 요건을 완화할 경우 무분별한 시장 참여가 이뤄질 수 있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오남용으로 인한 국민 건강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세 숙박업소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수신료 부과체계 개선 방안도 토의됐다. 가정용 TV 수신료는 세대별로 1세대분을 부과하지만, 숙박업소는 매월 방마다 설치한 TV 대수만큼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다.

정경재 숙박업소 회장은 “어떨 때는 코로나로 방이 10개도 안 나가는데 (수신료는) 50대 값을 다 내야 한다”며 “케이블 방송 연결도 다 돼 있는데 방마다 나오지도 않는 KBS에 대해 2500원씩 받아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윤보라 전문위원은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리화 추진을 건의했으나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도 “옴부즈만은 종합적으로 검토해봤을 때 시대 흐름에 맞춰 수신료 부과체계를 다양화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투표는 찬성 106명, 반대 38명으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국민 판정단으로 참석한 시민 C 씨는 “디지털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획일적인 수신료 부과는 불합리하다”며 “지방 공실률은 더 심각한 상황에서 TV 수신료 부담은 점차 크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조금이나마 완화하고 해소해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영업시설 면적 기준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육점에서 곰탕, 소시지 등 식육가공품을 판매하려면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신고해야 하고, 영업장 면적이 26.4㎡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동일업종이라도 양념육, 분쇄가공육(돈까스 등)만을 판매하는 경우는 면적제한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는 찬성 94, 반대 51로 나타났다.

이영 장관은 “소상공인의 심정으로 영업장 운영에 부담이 되는 불합리한 골목규제를 마지막 하나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우리 사회・경제의 튼튼한 허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참석해 “소상공인의 혁신을 가로막고 생존을 위협하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혁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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