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S&P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 31.87% 하락
하락 베팅 인버스 ETFㆍETN은 일제히 상승
중동리스크 감소, OPEC+ 정책 회의 연기, 미국 경기 위축 우려 영향
치솟던 글로벌 유가가 재차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원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증권)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이후 국내 ETF 시장에서 ‘S&P GSCI Crude Oil Index ER’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원유선물ENhanced ETF는 14.55% 내렸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WTI 원유선물 ETF는 14.26% 하락했다.
원유 관련 고위험 ETN 상품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10월 이후 ‘DJCI Crude Oil 2X Leverage TR’ 지수를 추종하는 하나 S&P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31.87% 하락했다.
이 밖에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31.20%),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31.20%),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31.15%),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31.07%), 삼성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30.77%) 등 원유 관련 ETN 상품들도 일제히 추락 중이다.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던 글로벌 유가가 다시 추락하며 두달여만에 분위기가 역전된 여파다. 23일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1.04% 내린 배럴당 76.3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9월 27일 고점 93.68달러 대비 두달여 만에 18.6% 하락한 수치다.
반면 글로벌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상품 투자자들은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10월 이후 KODEX WTI원유선물 인버스 ETFF는 13.96% 올랐다. TIGER 원유선물인버스ETN도 13.11% 상승했다.
QV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28.57%), 메리츠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선물(28.13%),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26.67%) 등 ETN 인버스 상품도 일제히 올랐다.
중동발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다,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우위상태가 둔화되면서 국제유가의 하방 가능성이 커진 여파로 풀이된다. 석유수출기구(OPEC) 플러스(+) 정책 회의가 연기되면서 내년 추가 감산이 없을 거란 예상도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미국의 경기 위축 우려로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이 지난 10월 7일 발발한 이후 주식 시장에서는 원자재 급등 및 확전 리스크가 잔존해 왔으나 예상 밖으로 원자재 시장은 차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란이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하마스 측에 밝히면서 확전 우려가 뚜렷하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리스크 부각 이후 국제유가는 4분기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으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겨울철에 비수기로 하락하는 계절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애초에 이번 회의의 주요 목적으로 유가 부양이 아닌 하방 압력 저지에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이 아닌 일부 국가들의 희생 여부에 달려있다”며 “다만 문제는 모두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