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노조 가입대상 아니다” 말만 해도
부당행위 처벌…사용자에게 가혹해
생각 표현했다면 그 ‘자유’ 보장해야
문제는 근로자나 사용자의 개념이 모호한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근로자’ 개념은 적용 법률이 ‘근로기준법’인지 ‘노동조합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하급심 판결 중에서는 같은 법 내에서도 조항에 따라 사용자의 개념을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회사의 본부장‧실장‧파트장 등 상위 직급 관리자는 법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용자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고 근로자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 한 공공기관의 ‘실장’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가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된 사례가 있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파트장’에게 당신은 노동조합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처럼 개념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 부당노동행위로 판단 받고 나아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억울하다는 주장이 늘 있어 왔다. 사용자도 표현의 자유 혹은 언론의 자유를 가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용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용자 또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설명회에서 노동조합의 파업 방침을 비판하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더라도 곧바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있은 이후에도 하급심이나 노동위원회에서는 사용자가 가지는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관철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대표이사가 파트장에게 당신은 노동조합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사건에서, 파트장과 노동조합은 대표이사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막음으로써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이에 대표이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을 뿐 불이익을 줄 의사가 없었으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에서 심판관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은 대표이사에게 “그런 생각이 있으면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 되지 왜 파트장한테 직접 말을 합니까?”라고 질문했고, 결국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인정했다.
‘사용자’를 가입시킨 노동조합은 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노동조합의 지위를 부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보아도 노동조합의 지위 자체를 부정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노사관계가 훨씬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도, 소송을 걸지언정 말은 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허약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원조인 미국 법 입장은 명확하다. 미국은 1947년 노동관계법을 개정해 보복‧폭력의 위협 또는 이익의 제공을 포함하지 않는 사용자의 발언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조문은 표현의 자유를 특히 중시하는 미국 정서에 따른 것으로서 우리나라에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등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선진국 어디를 보더라도 부당한 압력을 동반하지 않은 발언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상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경우 역시 매우 드문데, 오래 전 일본이 이러한 입장이었으나 이미 1949년 처벌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터부가 많다. 단순히 발언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말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의아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