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 “고객 삶에 스며드는 마케팅해야”

입력 2023-11-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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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 싱크탱크 인사이트전략본부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 발간
내년 마케팅 트렌드는 '경험'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왜를 고민해야"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랜드마크타워에 위치한 본사 이노라이브러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제 제품의 경쟁력을 알리고 선택을 유도하는 마케팅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습니다.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어요.”

서울 강남구 이노션 본사에서 만난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은 최근 변화하는 마케팅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전통 미디어와 광고 콘텐츠에 집중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조언이다. 김 본부장은 차별적인 경험만이 브랜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은 최근 내년의 트렌드를 조망하는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라는 책을 펴냈다. 이노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인사이트전략본부가 2021년부터 매년 연말이 되면 내놓는 책이다. 광고회사가 매년 트렌드북을 내는 이유는 뭘까. 김 본부장은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한 이노션의 연구 결과를 세상과 공유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마케팅 키워드는 ‘경험’…“팝업 방식도 변화해야”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랜드마크타워에 위치한 본사 이노라이브러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 본부장은 내년 마케팅 트렌드로 ‘경험’을 꼽았다. 그동안 브랜드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선택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이 상품 자체의 매력을 돋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상품 간의 격차가 줄어들며 차별화가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소비자들을 광고에 노출 시킬 수 있는 기회도 줄고 있다. 많은 시청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TV 광고 역시 예전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가 다양해졌지만 광고를 전달할 매개체가 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유튜브에 돈을 내고서라도 광고를 안 보겠다는 게 요즘의 소비자들이다.

김 본부장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푸쉬(push)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 침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험 마케팅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해 쓰는 방법이 ‘팝업스토어’다.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팝업스토어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팝업스토어가 기존 팬덤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팝업스토어로 찾아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찾아가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고객들이 좋아하는 활동, 좋아하는 공간 안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면 나와 교감이 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등장…“광고업계엔 위기 아닌 기회”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가장 큰 화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었다. 지난해 말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등장한 이후 올해 초부터 생성형 AI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광고업계에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을 위기라고 보지 않았다. 그는 “생성형 AI에게 명령할 프롬프트를 만들어내는 것도, AI가 만들어낸 콘텐츠 중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생성형 AI를 ‘인턴’에 비유했다.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할 때 시간이 훨씬 단축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중요한 일에 힘을 쏟고,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벌었다.

김 본부장은 생성형 AI가 오히려 광고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봤다. 그는 “구글에 뭔가를 검색하면 소셜미디어에 관련 상품이 따라오는 식의 기존 디지털 광고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며 “챗GPT가 고객의 질문에 답을 할 때 제품을 추천하고, 광고 링크를 달게 하는 등 생성형 AI 자체가 하나의 광고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의 광고 대행사를 뛰어넘는 콘텐츠 만들 것”

▲김나연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장이 27일 서울 강남구 랜드마크타워에 위치한 본사 이노라이브러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 본부장은 단순히 광고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광고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알고리즘을 연구해서 맞춤형 광고를 만든다고 해도 요즘 소비자들은 이를 피하는 방법을 다 알고 있다”며 “광고회사가 아무리 다가가도 소비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고 말했다.

이노션은 최근 인사이트전략본부 내에 BX(Brand eXperience)랩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BX랩은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왜’에 집중한다. 광고업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연구하는 관점을 바꾼 것이다.

김 본부장은 “BX랩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소비하는 지를 연구하고 인사이트를 찾아내 실행 부서들이 소비자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조직”이라며 “다른 회사에서 모두 하는 마케팅 방식을 따라가기보다는 앞장서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션은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올해 8월 콘텐츠 제작사 ‘이매지너스’와 손잡고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조인트벤처(JV) ‘스튜디오어빗’을 설립한 것이다. 이노션은 조인트벤처 설립을 계기로 광고 제작에 그치지 않고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본부장은 “광고 대행사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라며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찾고 이를 따라갔다면, 이제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트렌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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