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친환경·교통 친화’. 3기 신도시 개발 ‘3요소’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의 첫 발걸음부터 일자리를 품고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1기 신도시 중 일부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3기 신도시는 과거 1·2기 신도시의 자족 기능 부족을 반면교사 삼아 일자리 확보를 위한 자족 기능 강화를 계획 단계부터 적용해 건설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집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평균 자족 용지 비율은 16.4%로 설정됐다.
이는 일자리 기능이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는 동탄1신도시의 자족시설용지 비율이 9.7%, 2기 신도시 평균이 6.7%임을 고려하면 일자리 확보를 위해 도시 계획 단계부터 전력투구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국토연구원이 펴낸 ‘수도권 신도시 정책의 평가 및 향후 발전 방향’에 따르면 1·2기 신도시는 건설 초기보다 서울 의존성이 낮아지고 자족성이 강화됐지만, 일부 신도시는 고용과 생활기반이 취약해 자족 기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대부분과 2기 신도시 중 한강(김포)과 옥정·회천 등 신도시는 고용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3기 신도시 등 새 신도시는 신도시 주민의 서울 재전출을 막기 위해선 신도시 일자리 확대와 교통 편의성 제고 등 두 가지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 3기 신도시는 첨단 산업 일자리를 핵심으로 자족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3기 신도시는 자족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벤처기업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도시형 공장 등의 입지를 유도할 예정이며, 자족 용지 중 일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중복으로 지정해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일자리 계획으로는, 남양주 왕숙지구에는 스마트그리드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산업을 육성한다. 하남 교산지구는 신산업 분야인 전기차와 바이오 헬스 등 지식산업 R&D단지가 조성된다. 또 고양 창릉지구는 스마트기업 지원 위한 '기업지원허브 등이 들어선다.
부천 대장지구는 지능형 로봇과 첨단소재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개발된다. 지난 4월에는 SK그룹이 부천대장지구 내 첨단산업단지에 2027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13만7000㎡ 규모 차세대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등 기술 연구개발(R&D)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3기 신도시 인근에는 대규모 테크노밸리 조성이 계획돼 사업이 한창이다. 경기도는 ‘테크노밸리ㆍ3기신도시 자족활성화 TF’를 운영 중이다. 해당 TF는 3기 신도시 입주 시점까지 운영된다.
경기도 내 테크노밸리의 자족 기능 용지는 248만㎡ 규모로 이 가운데 3기 신도시와 맞닿은 고양 일산과 광명 시흥 테크노밸리는 각각 40만4000㎡와 109만8000㎡의 자족 용지를 갖췄다. 두 곳을 합치면 약 150만㎡로 경기도 내 테크노밸리 자족 용지 중 60% 수준에 육박한다. 이 밖에 인천 계양신도시 주변에는 제2의 판교 조성을 목표로 한 ‘계양테크노밸리’ 조성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3기 신도시 일자리 청사진이 공개되자 개발 낙수효과가 기대되는 주변 지역 아파트값은 일찌감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남양주 왕숙지구와 맞닿은 남양주 퇴계원읍 ‘신별내 퇴계원어울림’ 전용면적 84㎡형 최고 매도 호가는 5억8000만 원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21년 3월 5억9700만 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지난 8월에는 같은 평형이 최고 5억5000만 원에 실거래되는 등 신고가의 92% 수준까지 집값을 빠르게 회복했다.
또 고양 창릉지구 바로 옆 고양시 덕양구 행신역 일대 단지도 집값 오름세를 보인다. 덕양구 행신동 ‘행신SK뷰3차’ 전용 84㎡형은 7억~7억5000만 원 수준에 시세를 형성 중이다. 최근 실거래가는 6억7000만 원으로 신고가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창릉지구와 14㎞가량 떨어진 일산서구 덕이 ‘하이파크시티일산파밀리에5단지’ 전용 84㎡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10월 4억58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집값이 가장 비쌌던 2021년 4월 6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친다.
부동산 전문가는 3기 신도시가 1ㆍ2기 신도시보다 자족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을 고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충분히 갖추고 시작한다면, 고용과 직주근접 편리성으로 신도시 내 풍부한 주거 수요 증가로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판교신도시 인근 IT와 BT(바이오기술) 기업이 밀집한 사례나 삼성전자 인근 광교·동탄·평택 고덕신도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는 3기 신도시의 자족 기능 안정화를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춘 기업이 새로 조성된 자족 용지나 인근 테크노밸리로 실제로 이전해 정착하는 성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랩장은 “3기 신도시가 기업 유치를 위한 자족 용지 확보와 함께 GTX 등 교통망을 갖추고 시작하지만, 실제로 기업이 얼마나 이전해 오느냐, 그리고 지구 내 산업생태계가 잘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자족 기능이 조성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모든 3기 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성공적으로 갖출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단순히 일자리를 갖추는 것보다 어떤 일자리가 다양하게 조성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며 “정부가 3기 신도시나 주변 테크노밸리에 신규 설립이나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은 세제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해 이전 인센티브와 고용 확대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