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급증하는 감염질환…백신접종, 개인위생 준수로 예방해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며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백일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도 늘고 있어 감염질환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는 시기다.
4일 질병관리청의 호흡기감염병 의원급 표본감시에 따르면 ‘2023~2024 절기’ 인플루엔자의사환자 분율은 43주차(10월 22일~28일)에 32.6명으로, 42주차 18.8명 대비 73% 증가했다. 이는 ‘2203~2024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인 6.5명의 5배에 해당한다.
이어 인플루엔자의사환자 분율은 44주차 39.0명, 45주차 32.1명, 46주차 37.4명을 기록한 후 11월말인 47주차엔 45.8명으로 상승했다. 인플루엔자의사환자(ILI)는 38.0℃ 이상 갑작스런 발열,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사례다.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수를 의미한다.
특히 7~18세 연령대의 아동·청소년에서의 비율이 높았다. 질병청 자료를 보면 인플루엔자의사환자 분율은 43주차에 7~12세 86.9명, 13~18세 67.5명으로 높았다. 이어 47주차에는 7~12세 100.9명, 13~18세 104명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수가 100명을 넘겨, 7~18세 아동·청소년 10명 중 1명은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도 최근 4주간 약 2배 증가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10월 3주 102명이었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11월 2주에 226명으로 늘었다. 특히 11월 2주 입원환자 중 소아를 포함한 학동기 아동(1~12세) 환자는 180명으로 전체의 79.5%였다. 이 질환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Mycoplasma pneumoniae)에 의한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제4급 법정 감염병이다.
겨울철에 주로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도 10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최근 5주간 증가했다. 특히 질병청에 따르면 0~6세의 영유아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전체의 38.6%를 차지하고 있어, 영유아 및 관련 시설에서는 위생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감염력이 매우 강하고 일상 환경에서도 사흘간 생존이 가능하며, 면역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 과거에 걸렸던 사람도 재감염 될 수 있다. 국내에선 겨울철에서 이듬해 초봄(11월~4월)에 주로 발생하며, 개인위생이 취약하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0~6세)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발병하는 것에 대해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의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 생긴 ‘면역 부채(immunity debt)’ 현상으로 인해 코로나19뿐 아니라 독감(인플루엔자) 환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라면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감염증) 등 최근 몇 년간 유행하지 않았던 호흡기 감염병이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겨울철 대규모로 유행해 ‘위장 독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과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등 소화기 감염병도 증가하는 추세다. 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면역 부채에 의한 감염병 유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백신 접종과 개인 방역이 필수”라고 당부했다.
실제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호흡기, 소화기 감염병 유행이 감소했고 어른은 물론, 소아에서 여러 감염병에 대한 첫 노출이 늦어져 면역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면역 부채(immunity debt)’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신 연구위원은 “이제는 과거 3년여 동안의 ‘면역 부채’에 대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고 길게 진행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방역 당국의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면역 부채를 갚는 전략으로 신 연구위원은 2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백신 접종이다. 면역 부채를 바로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 연구위원은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코로나19, 독감(인플루엔자), 백일해 등은 적절한 예방 접종을 통해 면역 부채를 해결하고 일정 기간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상용화된 백신은 없지만 항생제 치료제에 잘 듣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의 경우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어르신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개인 방역이 중요하다. 소화기 감염병의 경우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경구 투여 백신이며 국가 예방 접종으로 도입돼 생후 2~6개월 영아의 경우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개인 방역이다.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는 경우 면역 부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 연구위원은 “병원체의 인체 침입을 차단하거나 감염되더라도 감염되는 병원체의 양을 최소화해 가볍게 앓고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개인 방역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호흡기 감염병에 가장 효과적인 개인 방역은 마스크 착용이다. 그 외에 밀폐된 공간의 경우 환기를 자주 시키고, 자주 손을 씻고, 호흡기 증상자는 기침 예절을 지키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소화기 감염병 중에서는 겨울철에 호흡기 독감처럼 흔하게 발생하는 장염이어서 ‘위장 독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며, 85℃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혀야 사멸된다. 잠복기가 1~2일 정도로 짧고 무증상 감염자도 전파력이 있으며 단 10개의 입자로도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가능할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다른 식중독과는 달리 사람 간 전파가 잘 이뤄지기 때문에 학교, 기숙사, 크루즈선 등 집단생활 환경에서 대규모 환자 발생이 자주 보고된다. 구토와 설사가 주 증상이며, 대부분의 환자는 1~3일 정도 심하게 앓고 난 후 완전히 회복된다.
신상엽 연구위원은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환경에 의한 전파가 흔하기 때문에 손씻기가 매우 중요하다. 또 굴 등의 음식은 익혀 먹고 지하수는 끓여 먹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