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신약개발에 3건 투자…IBM은 모더나와 연구 협약
글로벌 제약사와 IT 기업이 인공지능(AI)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관련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엔비디아, IBM 등 빅테크 기업은 기술력을 앞세워 신약 개발기업 또는 제약사와 협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빅테크 기업이 AI 신약개발 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와 AI 신약개발 기업 간 협업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IT 기업과 손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협력이 증가한 이유는 제약사와 IT 기업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큰 물질 조합을 빠르게 찾아 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 항체 등의 데이터와 이를 알고리즘화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제약사가 보유한 데이터와 이를 알고리즘 할 수 있는 AI 기업의 기술력이 맞아 떨어져 협업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달 두 건의 계약을 체결하며 AI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캐나다 AI 바이오기업 페노믹AI(Phenomic AI)와 총 5억 달러(약 64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스트로마가 두꺼운 암(stroma-rich cancer)을 대상으로 하는 표적 치료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스트로마는 암 조직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보호막인데, 스트로마가 두꺼울수록 치료제가 암 조직에 침투하기 어렵다. 때문에 보호막이 얇아져야 암세포를 쉽게 공격할 수 있다. 대장암과 췌장임이 스트로마가 두꺼운 암에 속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페노믹AI의 리보핵산(RNA) 분석 컴퓨팅 플랫폼 'scTx'을 활용해 항암 신약 물질을 발굴할 예정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앞서 글로벌 IT 기업 IBM과 새로운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 협약을 맺었다. IBM이 개발한 AI 모델에 자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신규 항체치료제를 발굴‧개발한다는 방침이다. IBM은 표적 친화성을 가진 바이오의약품과 저분자화합물을 생성하는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 모델은 질병 표적의 배열, 서열,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일본의 아스트라제네카는 3일(현지시간) AI 전문 기업 앱스시(Absci)와 암 치료용 항체 플랫폼 개발을 위해 최대 2억4700만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앱스시가 보유한 수백만 개의 단백질을 분석해 효과적인 항체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3월 ‘바이오니모(BioNeMo)’라는 거대 언어모델 베이스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출시한 이후로 AI 신약개발 기업과 협력을 이어갔다.
올해 7월 AI 신약 개발사 리커전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에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투자했고, 8월에는 제네시스 테라퓨틱스(Genesis Therapeutics), 슈퍼루미날 메디슨(Superluminal Medicines) 등 AI 신약개발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이 보유한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컴퓨팅 기능과 AI 전문지식을 결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IBM은 베링거인겔하임과 협력에 앞서 올해 4월 모더나와 양자 컴퓨팅을 이용한 신약개발 및 mRNA 기반 치료제와 백신 설계를 위한 AI모델 개발 계약을 맺었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컴퓨터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더나는 IBM의 분자 발견 AI 모델 몰포머(MoLFormer)를 적용해 안정성과 효능을 갖춘 mRNA 의약품을 설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