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토부 장관의 정치인 같은 행보를 불안하게 바라봐야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냔 기대다.
건설업계는 박 후보자의 전임자에 대해 비판이나 칭찬, 어느 쪽이든 선뜻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에 남는 정책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대신 불필요한 문제를 키우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불만이 컸다.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전수 조사가 대표적이다. 고급주택에 사용됐을 뿐 아니라 수십 년간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없었음에도 전수조사로 일반의 불안감이 확산했고 온라인에서 '무량판 아파트 확인하는 방법'과 같은 게시물이 유행했다.
건설사들은 괜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노심초사하며 불안감이 잦아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건설업계의 더 큰 기대는 국토부 출신인 박 후보자의 풍부한 정책 경험과 전문성에 있다.
박 후보자는 1983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온 뒤 건설교통부 입지계획과장, 주택과장, 토지기획관, 건설정책관,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주택토지실장으로 일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을 추진했고 재직 중 미국 조지워싱턴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사를 거쳐 가천대에서 도시계획 전공으로 공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건설정책연구원장으로 있다가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임명됐다.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주택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3년 임기를 마쳤다.
LH 사장으로 일하면서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 이후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주거복지 강화를 무리 없이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거복지로드맵 등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 공공기관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명확한 방향 제시와 합리적인 지시로 국토부 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토부를 이끌게 된다면 이런 점을 바탕으로 현안들을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이미 예고했다.
박 후보자는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부동산 시장이 굉장히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상황이라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의 입장을 갖고 시장을 대하겠다"며 "다만 정부가 너무 시장에 깊게 개입하는 것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공을 들이겠다며 주택 공급 부족 우려 해소를 위한 3기 신도시 조기 착수, 재건축·재개발 가속, 도심 내 소규모 주택 공급 확대,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복지를 위한 LH 정상화 의지도 밝혔다.
앞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에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건설교통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도 냈다.
박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누구나 걱정 없이 단란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집을 많이 공급할 정책을 내놓고 집행하면서 건설업계와 주택 수요자를 모두 웃음 짓게 할 수도, 어쩌면 정반대로 실망과 한숨만 안겨줄지도 모른다.
다만 국토부 본연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건설현장,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다는 점에서 전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