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보증금 6억 올랐다”…매매 약세에도 서울 아파트 전세는 ‘역주행’

입력 2023-12-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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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전국 아파트값이 내림세지만, 서울 핵심단지 전셋값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집값 약세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대거 몰린 탓이다. 이 때문에 매매량은 10월 이후 급감했지만, 전세 거래량은 같은 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수요 쏠림 현상을 보인다. 여기에 내년 서울 내 입주 물량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74㎡형은 지난 2일 전세보증금 30억 원에 계약서를 썼다. 이는 직전 신규 전세계약 기준으로 4월 24일 거래된 전세보증금 24억 원 거래보다 6억 원 비싼 수준이다.

강남지역 내에선 고가단지뿐만 아니라 중소형 단지도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구 ‘역삼2차아이파크’ 전용 59㎡형 역시 지난달 30일 보증금 8억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직전 전세보증금 실거래가 수준인 7억~7억50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오른 규모다. 8억 원대 전세 계약은 지난해 2월 8억4000만원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아울러 강북지역에서도 아파트 전셋값 강세가 이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한신더휴’ 전용 59㎡형은 5일 5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까지 4억5000만 원대에 같은 평형 전세 실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5000만 원 올랐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 96㎡형도 11월 9억 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는 올해 초 6억5000만 원보다 2억 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이렇듯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지역과 평형에 상관없이 모두 상승세다. 보통 매맷값이 약세를 보이면 전세 물건이 쌓이면서 거래량이 줄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오히려 전셋값은 오르고 거래량 감소도 없다시피 한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12월 첫째 주(4일 기준) 기준 0.14% 전셋값 상승을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 상승은 지난 5월 22일 0.01% 상승을 시작으로 이번 주까지 28주 연속 올랐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29주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거래량도 매매시장과 달리 큰 변동이 없다. 이날 서울부동산광장 기준 9월 전세 거래량은 1만1956건. 10월은 1만1922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신고 기한(거래 후 30일)이 남은 11월 전세 거래량은 이날 기준 8982건으로 단순 계산하면 10월 거래량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매매량은 9월 3375건에서 10월 2312건으로 1000건가량 줄었다.

이런 전세 강세는 매맷값 약세에 따른 매수 관망세가 전세 선호로 이어졌고, 여기에 중저가 단지 전세는 빌라 전세사기 등의 영향으로 선호도가 더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시장은 고가 전세뿐만 아니라 중저가 단지까지 수요가 늘고 있고, 중저가 전세마저도 부담스러운 실수요층은 빌라 전세 대신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전세물건도 많이 늘었지만,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난 만큼 임차인이 전세 호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전셋값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역대 최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부동산R114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 대표는 “전세 임대 호가와 임차 호가 사이의 간극이 이어지고 내년 입주 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전셋값은 당분간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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