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블랙호갱데이’로 배 불린 무신사

입력 2023-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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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최근 진행한 자체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 행사에서 상품을 둘러보다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A브랜드의 정가 39만9000원 코트를 20% 할인해준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브랜드 자사몰에선 동일한 제품이 30% 할인가에 판매중이었다. 무신사 판매가격이 자사몰보다 약 4만 원가량 더 비싼데,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라는 무신사의 블프 홍보 문구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만 같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무신사의 5% 할인쿠폰을 추가 적용하더라도, 이 코트는 자사몰 가격만큼 싸게 사기에 역부족이었다. 연중 최대 할인이라는 문구에 한번 속았고,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를 두 번 속은 셈이었다. 명색이 패션부문 출입기자가 그야말로 ‘호갱(호구 고객)’이 될 뻔 했으니 씁쓸하기만 했다.

국내 블프 기간 무신사의 ‘묻지마 가격 정책’에 당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만 해도 2만6970원에 팔던 데님 바지가 블프가 시작하자, 되레 3만98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분통을 터뜨린 소비자의 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본 다수 고객들도 잇달아 같은 사례를 쏟아냈다. 무신사의 다른 브랜드 제품도 이전보다 가격을 올린 뒤, 블프 기간 할인율이 많은 것처럼 꼼수를 피우는 방법이 횡행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무신사는 ‘통상적 할인이냐, 마케팅 할인이냐’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비단 무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펼치는 블프 행사에서 만연한 일이다. 행사 전 판매가를 높여 정가보다 비싸게 팔거나, 최대 할인율이라고 홍보한 뒤 고객을 끌어들인 후 ‘할인쿠폰 불가’로 추가할인을 막는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자, ‘블랙호갱데이’라는 말도 나온다.

‘가격 꼼수’ 논란 속에서도 무신사는 이번 블프 기간 역대 매출을 올렸다. 작년보다 무려 50% 늘어난 3000억 원치를 팔았다. 회사는 다양한 제품군에 합리적인 가격 덕분이란 자평이다. 하지만 ‘블프 역대 최고 매출’의 기쁨을 얻은 무신사는 ‘소비자 신뢰’는 잃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계속 소비자 불만이 커질 경우, 매출 하락은 순식간이다. 한때는 흥했으나, 지금은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수많은 패션 브랜드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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