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대신 식료품 늘리고, 맛집 등 입점 점포 확대
이마트, 1년 간 12점 리뉴얼…직영매장 30~50% 줄여
롯데마트, 이달 은평점 새단장…상품 90% 식료품으로 채워
실적 침체에 빠진 국내 대형마트 3사가 ‘공간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생활용품 대신 그로서리(식료품)와 테넌트(입점 점포)를 확대하는 게 핵심인데, 쇼핑몰 형태로 변화해 고객을 확보하고 체류시간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홈플러스는 인천 연수점을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이하 메가푸드마켓)으로 새단장했다. 메가푸드마켓은 식품 전문 매장에 고객 빅데이터를 적용해 매장 구성을 개선한 점포다. 메가푸드마켓 연수점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지역 상권 특성에 맞춰 베이커리·델리 코너를 매장 입구에 전면 배치했다. 또 고객 선호와 트렌드를 반영한 입점 점포를 확대했다. 내년 4월에는 일본 가구 업체 니토리 매장도 들어선다.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을 성장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리뉴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24개의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시켰는데, 리뉴얼 2년차 점포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5% 신장했다.
이마트도 올해 점포 리뉴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3분기까지 이마트 더타운몰 연수점·킨텍스점을 비롯해 최근 하월곡점까지 총 12개의 점포를 리뉴얼 했다. 직영 매장 면적을 줄이고 입점 점포 면적을 늘리는 게 이마트의 리뉴얼 전략이다.
하월곡점의 경우 7603.3㎡ 규모였던 직영 매장을 33% 줄였고 테넌트 면적을 기존 대비 2배 늘린 5190㎡으로 바꿨다. 연수점 직영 매장 역시 면적(5619㎡)을 리뉴얼 전보다 절반 정도 줄였다.
대신 이마트는 식료품과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연수점은 실내 스마트팜, 축산 숙성 전용 쇼케이스, 참치 정육점 등 볼거리를 늘렸고, 킨텍스점은 만화카페, 골프 아카데미, 필라테스 등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그 결과 킨텍스점의 10~30대 고객 비중은 리뉴얼 전 대비 4.9%포인트 늘어난 31.7%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역시 식료품 매장 확대, 상권 맞춤형 비식품 콘텐츠 강화를 주요 리뉴얼 전략으로 내세웠다. 현재까지 동래·제타플렉스 서울역·중계·부평·구미점 등 총 5개 점포의 리뉴얼을 완료했고, 올 연말에는 롯데마트 은평점이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로 새단장한다. 그랑 그로서리는 매장 전체 상품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이다.
내년에는 롯데마트가 실험 중인 제타플렉스 매장 리뉴얼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제타플렉스는 롯데마트의 플래그십 브랜드로 현재 잠실점, 서울역점 단 두 곳만 운영 중이다. 식료품 등이 일반 매장보다 30% 이상 많고, 체험형 콘텐츠를 극대화한 매장인데 리뉴얼 후 실적도 긍정적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9월 제타플렉스로 문을 연 서울역점의 오픈 후 약 두 달 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고 고객수도 4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국내 대형마트 3사의 리뉴얼 전략이 공간 혁신에 방점이 찍힌 배경은 쇼핑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된 탓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전환 속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만들고, 이들이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간 혁신을 통한 식료품·입점 점포 강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할 것인가’인데, 결국 소비자는 먹고 즐기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실적으로 체감했다”면서 “리뉴얼 후 개선된 실적 흐름을 보이는 만큼 체험형 공간 콘텐츠로 바꿔나가는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