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14개월 연속 하락
“주택시장 침체 대응 촉매제 불충분
디플레 위기 내년도 지속”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0.2% 하락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보인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국 CPI 상승률은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걷고 있다. 중국 CPI는 올해 7월 0.3% 하락하면서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에 진입했다가 8월 0.1% 상승하며 플러스 전환했다. 하지만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하락 폭이 더 커졌다.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시하는 식품과 연료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올랐다. 이는 지난달과 같은 수준의 상승 폭이다.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4월 이후 1% 이하의 낮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수요 회복이 현재 미지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0% 떨어졌다. 전월의 2.6% 하락보다 하락 폭이 커지고,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FT는 “이러한 디플레이션 추세는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 약한 무역 데이터, 3년간의 제로 코로나에 따른 봉쇄로 인한 회복 둔화 등과 결합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추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택시장 침체에 대응할 촉매제가 충분하지 않아 디플레이션 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는 물가 하락 예상에 구매를 보류하고,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 및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중국 경제는 주요 정책금리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8~9월 반등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회복 동력이 약해지는 추세다. 또 부동산 문제가 그림자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지난주 중기 경제 성장 둔화 위험 증가와 취약 지역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 가능성 증가 등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