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9개 입시학원·출판사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과징금 18억30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 입시학원 등은 강사나 교재 집필진의 경력, 수강생·합격생 수를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광고했다. 이름값이 제법 무겁게 나가는 입시학원 등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보란 듯이 속였다.
사교육은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움 습관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공교육과 같을 수는 없지만 이 또한 법적, 윤리적 잣대를 중시해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도 비교육적·불법적 속임수가 판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제재 대상 중 11억99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하이컨시(3억1800만 원), 디지털대성(1억6600만 원)도 1억 원이 넘었다.
가장 많이 속인 것은 교재 집필진 경력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참여 경력만 있어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및 평가원 모의고사 경력’이 있다고 광고했다. 검토위원이 출제위원 경력으로 바뀌기도 했다. 수능 출제위원 참여 횟수도 뻥튀기했다. 평가원 시험 출제위원들의 자문이 없었는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학원 강사의 교재를 홍보했다. 31명의 박사가 모의고사 집필자로 참여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명인 경우도 있었다.
수강생·합격자 수, 성적 향상도 등도 입맛대로 부풀렸다. 대학에 합격하면 학원비 전액을 돌려주겠다고 해놓고선 이런저런 핑계로 적게 지급하거나 환급해주지 않았다. 교묘한 상술 혹은 악덕 상혼으로 수험생과 학부모 판단을 흐리게 하며 경제적 손실도 입혔다. 과연 미래 동량인 청소년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사교육 역할과 비중이 세계적으로 가장 큰 국가군에 속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생 사교육 참여율은 2021년 75.5%에서 2022년 78.3%로 증가했다. 학부모 부담도 그만큼 무겁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을 기록했다. 2021년 23조 원의 역대 최고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런 과잉 부담은 아이 낳고 키우기를 극단적으로 꺼리는 풍조를 낳는 원인의 하나로도 지목된다.
심지어 수많은 젊은 남녀가 연애도, 결혼도 기피한다. 사교육비 부담을 지는 방향으로 발길을 내딛기는커녕 아예 눈길조차 두지 않겠다는 집단적 의사 표현이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사교육 업체들이 과징금을 얻어맞을 만큼 빗나간 행보를 하는 것을 어찌 봐야 하나. 거듭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 업체들이 질 좋은 프로그램 개발, 능력 있는 강사 발굴, 학원비 인하 등으로 공정 경쟁을 하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다듬을 일이다. 때론 일벌백계의 대응도 불가피하다. 시장 풍토 정화를 위해선 ‘한건주의’식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효율적인 감시·응보 체계로 임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도한 교육 부담, 사교육 혼탁 등을 해결할 길은 결국 공교육 정상화에 있다는 사실을 거듭 명심할 일이다. 교육 당국만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전반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