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관계 ‘운명공동체’로 재정립
교역ㆍ농산물 수출입 확대ㆍ지원
철도 등 인프라 투자도 논의 전망
베트남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외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9월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갖가지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석 달 만인 12일(현지시간) 이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의 격상을 추진한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6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앞서 시 주석은 2015년과 2017년에 베트남을 방문했다.
로이터는 “양국이 당 차원의 교류 및 안보ㆍ방위ㆍ교역ㆍ농산물 수출입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 인프라 투자 방안도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중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2008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올해로 15년째, 지난해 교역액만 무려 1756억 달러(약 228조 원)에 달했다.
시 주석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과 중국은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교두보인 베트남을 끌어안기 위해 외교ㆍ경제 부문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월 베트남을 방문, 응우옌 서기장을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방문 당시 인텔과 구글ㆍ보잉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나서 베트남 현지 투자 및 사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베트남을 향해 운신의 폭을 확대하자 중국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 역시 그 일환이다. 앞서 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시 주석 국빈방문 일정과 현안을 사전 조율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인도와 러시아ㆍ중국ㆍ미국ㆍ일본 등 6개국이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과의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를 넘어 ‘운명공동체’로 재정립하겠다는 외교 전략을 수 차례 공언해 왔다.
이달 초 왕이 부장의 베트남을 먼저 방문한 이후 시 주석의 국빈방문이 성사된 만큼, 중국의 이런 전략이 이번 방문에서 성사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응우옌 민 부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시 주석의 방문에 앞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격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 뒤에는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 중인 현실이 존재한다. 미국은 의회(하원) 차원에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격인 인도ㆍ태평양조약기구 ‘입토(IPTO)’ 창설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북·중·러 동맹을 확고하게 다지는 한편, 남아시아로 동맹 지도를 넓히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실은 ‘전략적 의미를 지닌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함께 손을 잡고 현대화를 향한 새 장을 열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