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인과관계 확인해 사망일시보상금·장례비·진료비 등 지원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줘서 이용하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왜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알게 됐고, 병원을 빨리 모시지 않아서 돌아가시게 된 것 아닌지 하는 죄책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안은미 씨의 어머니인 이숙자 씨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퇴원 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치료를 받았으나,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10일 만에 사망했다.
14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만난 안 씨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 덕분에 정확한 사망 이유도 알게 되고, 심리적·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 씨의 어머니는 뇌출혈 이후 뇌전증 치료제 ‘레바티라세탐’, ‘클로바잠’ 성분의 의약품을 복용했고, 심각한 약물 부작용인 ‘드레스 증후군’으로 사망했다. 안 씨는 “병원에서 약물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팸플릿을 주며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를 신청하라고 했다. 제도 자체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의사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씨는 2022년 6월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등 몇 개의 서류를 제출했고, 올해 2월 장례비용과 치료비 등을 보상받았다. 안 씨는 “제가 병원에 너무 늦게 데려가서 사망하게 됐나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며 “사망 이유가 의약품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준 것만으로 마음의 병을 고친 것 같다. 감사하다”고 했다.
박인숙 씨도 의약품 부작용 구제제도를 통해 진료비 등을 보상받았다. 박 씨는 2022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한 달 뒤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항생제를 복용했으나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해 응급실에 가게 됐다.
박 씨의 딸인 김현민 씨는 “단순히 체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해 119를 불렀다. 그때까지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머니가 먹던 약봉지를 챙겨서 담당 의사분께 보여주니 약물 알레르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해줬고, 의약품 부작용 구제제도를 소개해줘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열흘간 중환자실에 계시고, 일반 병동에서 5일간 입원했다. 처음에는 섬망 증세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면서 “간단한 서류 몇 개만으로 약 6개월의 심사 기간을 거쳐 진료비 전액을 돌려받았다. 개인이 가입한 보험비도 받기 어려운데, 국가에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해 너무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장애·질병 피해를 입은 환자 및 유족에게 사망일시보상금·장례비·장애일시보상금 및 진료비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이 신청 대상이며,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5년 이내 신청이 가능하다.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개인이 길고 어려운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의약품 부작용의 피해를 보상할 방법이 마련됐다는 점에 제도 시행의 의의가 있다.
올해 6월 더 많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이 합리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사망일시보상금의 지급대상도 확대했다. 의약품 부작용, 기저질환, 고령 등 사망에 이르는 요인이 복합적인 경우에도 해당 요인을 고려해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로 더 많은 국민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