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된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가 품목 허가를 받았다.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승인받은 건 이번이 최초다. 카스게비는 12세 이상 중증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할 수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나타난다. 변이가 일어난 적혈구 모양이 낫 모양으로 변형돼 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이라고도 부른다.
이 병은 비정상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자 질환으로 부모에게 비정상 유전자를 물려받아 발생하며,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추위에 노출되거나 고도가 높은 곳에 올라갈 때도 발생할 수 있고 심한 운동 후에도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주요 증상은 육체적 피로, 통증, 뇌졸중, 장기부전 등이다. 적혈구가 장기에 산소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나타난다. 심한 빈혈을 일으키거나 성장기 발육 속도도 늦어진다.
이전까지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었다. 정상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혈받기 때문에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했다. 합병증 등 부작용 가능성도 있어 일부 환자에만 사용됐다.
그러나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된 카스게비는 한 번의 치료로 영구적인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유전자가위로 문제의 유전자를 잘라낸 뒤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세포를 수혈받아 면역 거부 반응도 생기지 않는다.
의료계는 겸상 적혈구 빈혈증 외 다른 난치성 유전 질환의 치료도 기대하고 있다. 이봉희 가천대 의대 교수(엔세이지 대표)는 “카스게비는 자신의 골수를 뽑아 유전자 교정 후 다시 이식하면 적혈구가 정상이 돼 병이 고쳐진다. 현재는 하나의 질병만 승인받았지만 다른 난치성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라며 “1~2%의 세포만 교정돼도 완치되는 질환이 많아져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