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 회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고가 매도해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B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난해 11~12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C 증권사는 고객과의 랩 계약 시 운용 가능한 자산의 잔존만기 한도를 1년으로 제한하기로 약정했음에도 잔존만기 4년인 회사채를 편입해 운용했다.
위 사례들은 금융감독원이 9개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을 점검한 결과 드러난 위법사항들이다. 금감원은 해당 사례 등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상 다수 문제점이 확인됐으며, 손실이 발생한 계좌에 대해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채권형 랩·신탁의 환매 중단 및 지연 사태와 더불어 일부 증권사가 고객 투자손실을 회사 고유자산으로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올해 총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 △특정 고객의 랩·신탁계좌로 CP 등을 공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전가하는 제3자 이익도모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해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CP 등을 고가 매입해 원금 및 제시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사후 이익제공 △계약조건을 위배한 운용 △동일 투자자 계좌 간 위법 자전거래 △OEM 펀드(펀드판매사가 운용사에 요청해 만든 펀드) 운용 등이 적발됐다.
제3자 이익도모의 경우 모든 점검 대상 증권사에서 총 30명 내외 운용역에게서 발견됐다. 금감원은 판례에 따라 제3자 이익도모가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수사당국에 혐의사실을 제공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증권업계에 대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준수 등을 주문했다. 투자자에 대해서는 랩·신탁 상품에 과도한 목표 수익률 제시를 요구하거나 신뢰해서는 안 되며, 운용보고서 및 계좌 조회 등을 통해 랩·신탁이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환매 시 투자손실 보전 또는 목표수익률 보장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를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