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올해(0.72명) 저점을 찍고 내년(0.79명)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통계청(중위추계)은 출산율이 2025년(0.65명)까지 감소한 뒤, 2026년(0.68명)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전망은 장래인구추계를 위한 가정·전제란 점에서 예측력이 다소 떨어진다. 단기적으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전망 근거도 나름대로 타당하다. 추세상 올해 혼인 건수는 19만7000건으로 지난해보다 5만6000건(2.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혼인 건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다음 해 출생아 수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정비례)를 보이고 있다. 주된 배경은 집값 급등이다. 현재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과 공공분양 특별공급 소득기준은 맞벌이 부부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전청약도 부부 개별 신청이 불가하다. 이 때문에 집값 급등기 이후에는 신혼부부들이 혼인신고를 출산 직전까지 미루는 게 일종의 현상이 됐다.
통계청의 혼인 건수는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혼인신고가 늘었단 건 실제 신혼부부가 늘었다기보단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혼인 건수를 근거로 한 내년 출생아·출산율 증가 전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내후년부터다. 내년에 출생아·출산율이 는다고 해도 이것이 저출산 해소를 뜻하는 건 아니다. 올해 혼인 건수 증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 결혼식 연기·취소에 따른 지연·기저효과가 반영돼 있다. 지연·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출생아·출산율은 다시 감소로 전환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내년 반등보단 이 반등을 추세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건 지역균형발전이다. 청년층 서울 쏠림이 이어지면 서울은 주거난, 취업난 심화로, 지방은 결혼 적령기 인구 감소와 성비 불균형으로 저출산이 더 심해질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방 거주 청년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창업자금 지원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기존 정책을 지방 중심으로 개편하고, 주거비용을 낮춰줘야 한다. 정착·적응에 실패해 취업·주거·여가 등에서 ‘서울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충분한 유인이 될 거다.
근무형태 유연화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유행기 확산했던 재택근무는 어느덧 옛일이 됐다. 사무실 출·퇴근은 생산성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지방엔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서울의 기업들을 지방으로 옮기는 건 어렵더라도, 근무지는 충분히 지방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인식적 결혼·출산 진입장벽 해소,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금융 신설 등도 필요하다.
전문가 의존적인 논의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전문가들에게 정책을 통째로 맡기면 정책에 신념체계가 개입된다. 지난 저출산 대책 실패는 그 결과물이다. 객관적인 지표 마련도 필요하다. 통계청은 26일 저출산 현황, 결정요인, 가족정책 등 3대 영역으로 저출산 관련 통계를 분류한 지표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 유의해야 할 점은 결정요인이다. 실제로 결혼·출산을 결정하게 된 배경과 조사 대상자들이 생각하는 결정요인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조사 대상자들의 답변을 결정요인으로 해석하기보단, 결혼·출산 의사를 객관적 지표들과 연계·분석해 통계적으로 결정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출산율은 반드시 반등할 것이다. 출산율에 마이너스는 없으니. 중요한 추세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중위)에서 출산율이 2036년(1.02명) 다시 1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보다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