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폐기” 선언한 트럼프…美 진출 국내 기업도 ‘촉각’

입력 2024-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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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시 IRA 백지화?…혜택 축소 가능성도
미국 진출한 국내 배터리·태양광·풍력업체 촉각
일자리 창출 효과, 탈중국 기조상 급변 어려울 듯

▲미국 오하이주 워런 얼티엄 셀즈 공장 전경. 워런(미국)/AP뉴시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미국에 70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해온 국내 기업들은 내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IRA 수혜를 누려온 배터리·태양광·풍력발전 등 관련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태양광·풍력 부품 등에 대해서도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액은 최소 555억 달러(한화 약 72조 원)에 이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뤄진 대미 투자액 2000억 달러(약 260조 원)의 4분의 1이 넘는다.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들은 이미 IRA에 따른 보조금을 영업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1~3분기 각각 4267억 원, 3269억 원의 AMPC 혜택을 받았다. 2025년부터 가동 예정인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신·증설까지 더해지면 2025년 배터리 3사가 받는 AMPC는 연간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찌감치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한 한화솔루션도 올해 3분기까지 총 859억 원의 AMPC를 받았다. 또한 조지아주에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통합 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 이후 설비를 최대한으로 가동하면 1조 원대 세액 공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콜로라도 내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한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IRA 통과 이후 세제 혜택 확대를 기대하고 2028년까지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는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치러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 같은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배터리, 태양광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업계는 IRA 폐기 가능성까지는 낮게 본다. IRA 관련 투자가 대체로 경합지나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에 따른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쉽게 정책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IRA의 또 다른 축이 ‘탈중국’이라는 점도 급격한 정책 전환을 어렵게 만든다. 다만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우려기업(FEOC) 기준을 손질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중국 자본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기업도 FEOC로 지정하고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우려로 남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방국들의 협력을 중시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색이 더욱 짙은 데다 지향점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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