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을 품었다.
하림은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매각 조건과 관련해 제시한 각종 조건이 논란을 빚으며 최종 선정 발표가 미뤄져 왔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이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해운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한다. 하림은 단숨에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뛰어오른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은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 원 안팎을 써냈다. 동원그룹의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측은 인수 희망가를 비롯해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후 경영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하림은 주주 간 계약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매각 측에 제시한 요구 사항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림그룹의 인수 주체는 팬오션이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주 네트워크를 공유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부터 가공식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하림그룹에도 HMM 인수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해운 업황이 꺾이는 상황인 만큼 인수 이후 하림의 HMM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 3분기 HMM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하림은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JKL파트너스의 도움을 받고,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데 더해 팬오션이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하림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하림은 인수 후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하림의 인수금융 규모는 2조 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그룹이 가진 현금성 자산과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인수하는 것은 물론 인수 후 경영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