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워팔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자, 국내 플랫폼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빅테크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에 나선 유럽과 달리 공정위의 제정안은 오히려 국내 플랫폼 기업들만 겨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지위 남용을 벌이지 않도록 사전 규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강조하더니 공정위를 내세워 ‘사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제정안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행위로 ‘자사우대’나 ‘끼워팔기’가 제시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면서 “이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에서 상품을 팔 때 자사의 다른 제품을 하나 더 얹어주는 것도 끼워팔기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어 “멀티호밍 제한에 대한 것은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제하고 있어서 중복 규제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실상 공정위가 어떻게 제재할지도 모르고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유럽연합(EU)이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독과점 행태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 입법을 마련한 것과 달리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으로 국내 기업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11월 1일부터 시행된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EU 역내에서 영업하며 일부 디지털 분야에서 지속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기준선이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 원), 연매출 75억 유로로 제시됐다.
권 실장은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거둬들이는 매출도 알지 못하는데, 이들을 법적 테두리에 넣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결국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이번 정부의 아주 큰 패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 정량적·정성적 요건을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할 예정이다.
IT업계 5개 단체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해외 플랫폼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 경쟁 상태”라며 “미국은 중국 등과의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위협을 느껴 자국 산업 보호, 자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 AI와 같은 미래 산업 동력 저해라는 판단에 따라 플랫폼 관련 법안을 폐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익과 국내 디지털 산업 생태계발전에 큰 위협이 되는 유해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같은날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