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환원 조치 등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완만해질 수도”
“국제유가 추이·국내외 경기 흐름·누적된 비용 영향 불확실성은 여전히 혼재”
한은은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전기·도시가스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하반기 중 상당수 지자체에서 시내버스, 도시철도, 택시 등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했고, 정부는 현행유류세 인하조치(휘발유 25%, 경유 37%, LPG 37%)를 내년 2월까지 연장했고, 전기·도시가스요금은 상반기 중 두 차례(1·5월) 인상한 후에 동결했다.
한은은 “앞으로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점진적으로 인상되거나 유류세 인하 조치가 환원될 경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다소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중교통요금의 경우 올해 상당수 지자체에서 이미 인상된 바 있으며, 내년에는 추가 인상을 예고한 일부 지역(수도권·부산 도시철도 등)과 아직 인상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완만하다고 분석했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이하 동일) 상승률은 수요 측 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나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이 이어지면서 그 속도는 완만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근원물가 내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집세와 서비스(집세 제외)가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상품은 경직적인 흐름을 나타내었으나 최근 둔화폭이 다소 확대됐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정부정책의 영향을 받는 관리물가를 제외할 경우 연초 4%대 후반에서 11월 중 3%대 초반으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공급충격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둔화 기조를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연간 물가상승률을 2.6%(상반기 3.0%·하반기 2.3%)로, 2024년에는 연간 2.1%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던 유가·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11월 중 상당폭 둔화(10월 3.8% → 11월 3.3%) 됐으나, 앞으로도 이처럼 빠른 하락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중에는 전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진 후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으로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최근 글로벌 수요부진 우려, 중동사태 확산 가능성 축소 등으로 70달러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국제식량가격도 설탕 등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OPEC+ 추가 감산, 지정학적 정세 불안, 기상이변 가능성 등이 상방리스크로 상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잇따른 기상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다소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