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데 이유 있다…K바이오 초석된 벤처 ‘생존법’ [스페셜리포트]

입력 2024-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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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바이오기업 명(明)…레고켐·알테오젠·마크로젠·바이오니아 등 주목

1990년대 1세대 바이오벤처 기업 등장 이후 국내 바이오산업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성과에 정부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헬스 분야’를 꼽고 육성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장기간 연구개발 노력 결실맺는 1세대 바이오기업

국내 바이오산업의 초석이 되고, 현재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1세대 바이오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7일 본지 취재 결과 2006년 설립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금까지 약 8조7000억 원에 달하는 13건의 기술수출을 이뤄내며 명실상부 성공한 1세대 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에서 23년간 신약 연구개발을 주도했던 김용주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국내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독보적인 회사로 평가받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25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성과 역사를 쓰고 있다. 이와 관련 2019년 허가된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지난해 16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성장하며, ADC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미국 얀센 바이오텍과 ’LCB84’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과 단독 개발 권리 행사금 2억 달러(약 2600억 원), 개발·허가·상업화 성공 시 발생하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7억 달러(약 2조2400억원)를 받게 된다. 순매출 발생에 따라 별도의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이외에도 2022년 암젠과 1조6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ADC 시장 자체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도 기대된다.

코스닥 시총 순위 6위의 알테오젠은 대표적인 1세대 바이오기업이다. LG화학 연구원 출신 박순재 대표가 설립했다. 알테오젠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로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 지속해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알테오젠의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들은 제형 변경을 통해 이미 시판한 제품군의 특허를 연장할 수 있고,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도 대폭 개선할 수 있어 추가 매출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자체 품목인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인 ‘테르가제(Tergase)’도 내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테르가제는 통증 관리 목적으로 리도카인이나 스테로이드와 병용해 부종을 줄이거나, 약물 흡수를 빠르게 하는 데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2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르가제 품목허가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 2030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이 목표다.

(이미지투데이)

창업 당시 사업 성과 바탕,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서정선 서울의대 교수는 1997년 창업한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 3조 원가량이 들던 유전자 검사는 현재 10만 원 내외로 낮아져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도 커졌다.

현재 마크로젠은 전 세계 153개 국가에 1만8000여 연구기관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고, 연간 30만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

급증하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소비자 관심에 따라 마크로젠은 올해 6월 유전자 검사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젠톡을 내놨다. 젠톡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마크로젠 유럽법인은 미국 생명공학 전문지 ‘라이프 사이언스 리뷰’가 발표한 ‘2023 생어 시퀀싱 서비스 기업 톱10(Top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크로젠은 유전자 분석 기술 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이를 통해 개인 질병을 넘어 맞춤의학, 정밀의학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잠재적인 질병 위험 정도를 확인하고, 개인 맞춤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목표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한 바이오니아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강화하며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199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부터 스핀오프(분사)되면서 설립됐다. 당시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은 미국에서 수입해서 쓰던 유전자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목표로 했다.

바이오니아는 매년 연 매출의 30%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해 기술력을 키웠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한 번에 검출하는 동시진단키트 등을 앞세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20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1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경우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을 통해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채널 다각화, 해외시장 공략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73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엔데믹 전환 이후 대다수 진단기업이 고전하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사업을 지속하고, 성과를 토대로 연구개발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일부 1세대 바이오기업들의 실패 사례만 생각하기 보다는 잘 된 사례들을 통해 배울 점을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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