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일본 기업 측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제철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2건에서 원고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고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미쓰비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 1억 2000만 원, 1억 5000만 원을, 일본제철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언제 해소됐는지 여부다.
원고인 피해자들은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2012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파기환송 판단을 내렸다. 이후 2018년 전원합의체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법원은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라도 대법원이 이에 관해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면 장애사유가 해소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봤다.
2012년 대법원은 미쓰비시 사건과 일본제철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며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 근거가 됐다.
또한, 대법원은 2018년 일본제철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인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명시한 셈이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전원합의체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2차 소송’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