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통한 자금 확보, 최대주주 위태로울수도
헬릭스미스‧파멥신‧싸이토젠 등 최대주주 변경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확보 총력전에 나섰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바이오 기업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매출이 없는 바이오 기업은 회사 운영과 연구개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한다.
제3자배정은 유상증자의 한 방법으로 기존 주주나 회사 임직원이 아닌 제3자가 진행하는 유상증자다. 기업으로선 증자할 때 주간사를 따로 선정하지 않아도 되는 등 주식발행 절차가 간소하다. 기존 대주주와 다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공모보다 실권이 발생할 우려가 없어 편리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달 들어 다수의 바이오 기업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로부터 200억 원 상당의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주식 29만276주를 출자받았다.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개발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자궁내막증·자궁근종 치료제 ‘메리골릭스(TU2670)’, 면역항암제 ‘TU2218’, 혈우병 치료제 ‘TU7710’ 등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자본이 200억 원 확충되고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현금성자산 포함 총 400억 원 규모로 확대돼 재무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재생의료 기업 티앤알바이오팹은 약 20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대상자는 드림씨아이에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 각 약 10억 원씩 배정된다. 앱클론은 CAR-T 치료제 ‘AT101’의 임상 2상을 위해 총 3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관투자 5개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에이비온도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텔콘알에프제약과 젠큐릭스를 상대로 8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이 희석돼 최대주주 자리가 위태로운 경우도 있다.
헬릭스미스는 바이오솔루션을 제3자배정 대상자로 선정하며 총 365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증자 후 최대주주는 바이오솔루션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카나리아바이오엠도 같은 방법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파멥신도 수차례 제3자배정 대상자를 정한 끝에 최근 타이어뱅크 외 13인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싸이토젠, 올리패스, 아이진도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이다.
3자배정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상적인 방법이지만, 한 곳에서 많은 투자를 받으면 최대주주 자리를 위협해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탄탄하지 않은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최대주주가 바뀌면 내부적으로 불안정하고, 사업과 다른 성격의 기업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기업을 일관성 있게 운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산 투자를 받는 것이 좋지만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국내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한곳에서 투자를 많이 받으면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투자를 더 받지 못한다. 그래서 최대주주를 지키려면 분산해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요즘은 신규 투자가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바이오 투자 심사역은 “비상장 기업은 상장할 때 최대주주의 지분 요건이 있어 주의해야지만, 상장사 지분은 이미 희석된 경우가 많고 상장사 요건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어 회계적으로 필요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기업이면 가장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재무구조가 나아진다면 긍정적”이라며 “공동의결권으로 새로운 최대주주와 동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