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량' 김윤석 "이순신은 불행한 남자…성실성 닮고 싶어"

입력 2023-12-21 14:5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임진왜란 7년을 알아가니 이순신이 더는 영웅과 성웅이 아니라 700년 전 이 땅에 있었던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배우 김윤석.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배우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를 찍은 소회를 전하며 "이순신 장군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사이였다. 백의종군하면서 어머니와 아들이 죽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을 치를 당시 이순신은 고문과 투옥을 당하는 등 중앙 정치 세력으로부터 견제받았다. 어머니와 아들 등 사랑하는 가족마저 떠나보냈다. 김윤석은 인터뷰 내내 그런 이순신의 사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슬픔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내가 50대다. 이순신도 50대에 돌아가셨다. 저분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명운 다했다는 얘기도 한다. 근데 정작 본인은 왜 저렇게 모든 걸 잃은 모습이 됐을까. 왜 조선은 당시 이순신에게 그랬을까 생각한다"며 "전쟁이 아닌 환경에서 살았다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순신의 아들 '이면'이 죽는 장면에 대해 김윤석은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온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나이가 들고, 몰입하다 보니 정말 내 자식이 죽는 걸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까 몸이 떨려서 대사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20일 개봉한 '노량'은 하루 만에 관객수 21만6888명을 기록하며 '서울의 봄'의 흥행 질주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의 봄' 흥행을 응원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윤석은 "응원은 '노량'에만 하고 싶다. '서울의 봄'은 이미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지금은 노량으로 진격할 때라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노량'은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영화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겸비한 분위기의 희귀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김윤석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명량'에서의 이순신과 '한산'에서의 이순신 모두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날 정재영 배우가 내게 '더 고독해진 이순신의 모습으로 보였다'고 말해줬다. '노량'의 이순신은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노량해전에서 끝까지 살았다면, 육지로 돌아간 후 부하들에게 어떤 말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일본) 열도로 가야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배우 김윤석.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은 2019년 영화 '미성년'을 연출하며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평단으로부터 감독으로서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김한민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김윤석은 "집념과 끈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이야기를 세 편으로 찍겠다고 계획한 뒤 실제로 완성한 건 대단한 일"이라며 "수많은 역사적 고증을 해내려면 한편만 찍어도 10년이 늙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감독 중에 김한민만큼 이순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감독님은 실제 전투가 벌어진 지역도 가고, 이순신 학회도 갔다. 그 정도의 성실성이 있는 사람이다. 얄팍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의 능력에 최고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집념과 끈기"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순신의 어떤 모습을 가장 닮고 싶냐는 질문에는 "누가 뭐래도 소신껏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모습, 7년 동안 일기를 쓸 만큼의 성실성, 책임감 등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