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특수요원 등 미국인 10명 구해
미국이 중남미의 '앙숙'인 베네수엘라와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내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돈줄'로 알려진 ‘알렉스 사브’를 석방했다. 베네수엘라는 그 대가로 전 특수부대원 등을 포함해 미국인 10명을 풀어줬다.
사브는 베네수엘라 기업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돈세탁 혐의로 기소돼 2020년 아프리카 카보베르데에서 체포됐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미국으로 인도됐다. 이후 마이애미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앞서 미국 수사당국은 베네수엘라가 경제 제재 속에서 비밀리에 석유를 수출했다는 정확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브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고 그를 추적해왔다. 아프리카에 원유를 보내고 자금을 세탁해 들여오던 과정에서 미국 정보기관에 노출됐다.
이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브는 면책 특권을 가진 외교관 신분이었다”라며 그의 석방을 주장해 왔다.
알렉스 사브를 베네수엘라로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미국은 구금됐던 자국민 10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부당하게 베네수엘라에 구금됐던 10명의 미국인이 오늘 풀려났고, 집으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날 “석방된 미국인 가운데 전직 미국 특수부대원 2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 미국인 이외에 베네수엘라가 정치범 약 20명에 대한 석방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재판을 받던 도중 베네수엘라로 도피한 피의자도 돌려받는다.
장본인은 미 해군 뇌물 공여 사건의 피의자인 ‘레오나르드 글렌 프란시스(Leonard Glenn Francis)’다.
프란시스는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다. 무려 3500만 달러(약 460억 원) 규모의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돼 있다.
WP 보도에 따르면 프란시스는 미국 해군 관리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현금과 고급 여행용품, 쿠바 시가, 매춘부 등을 포함한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해군의 내부 정보를 빼낸 혐의가 연방 법원에서 인정됐다. 해군의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7함대 내부에 엄청난 부패가 드러나기도 했다.
프란시스는 지난해 9월 선고 공판을 앞두고 발목에 달린 위치 추적장치를 제거한 뒤 베네수엘라로 도피했다. 이번 수감자 맞교환 과정에서 프란시스의 신병도 넘겨받게 된 셈이다.
앞서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0월 마약 관련 혐의로 수감됐던 마두로 대통령 부인의 조카 2명과 미국 석유 회사 임원 5명 등 미국인 7명을 맞교환했다.
잇따른 수감자 맞교환과 관련해 WP는 "내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정치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0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그들(베네수엘라 정부)은 세부적인 약속을 했고, 그것이 잘 지켜지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