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경쾌한 소리, 고무 밑창 정적으로 대체
‘미국의 흉물’ 조롱 운동화가 대세
캐주얼룩 확산·미투 운동 영향으로 보여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패션 수도 파리에서 ‘신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혁명(1789~1794년) 이전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하이힐은 19세기 이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프랑스 패션업계는 하이힐을 여성 패션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1954년 굴곡진 뒷굽이 특징인 ‘에귀르 스틸레토’를 출시한 프랑스 디자이너 로저 비비에는 스틸레토의 대부로 꼽힌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은 빨간 밑창의 스틸레토 힐을 선보이며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파리에서 하이힐이 사라진 배경으로 ‘캐주얼 룩의 확산’과 ‘미투 운동의 영향’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서 편한 복장을 찾는 여성이 늘었다는 것이다. 또 젊은 여성들이 발의 모양을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하이힐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하이힐의 퇴장에 영향을 미쳤다. 올여름 흥행 돌풍을 일으킨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에도 신발을 벗었지만 여전히 비정상적일 정도로 까치발을 들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 담겼다.
연말연시에 하이힐이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프랑스 파리의 한 신발가게 직원은 하이힐이 많이 판매되고 있냐는 질문에 “이제 끝났다”며 “진열대 위쪽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여성들은 편안함을 원한다”며 “중요한 것은 우아한 드레스에 납작하고 투박한 부츠를 신어도 여전히 멋져 보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