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연대 무산·비명계도 저울질…신당 동력 약화
친명 "사퇴 전제 비대위는 과한 요구…혼란 가중"
신당 행보를 밟고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잔류 조건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내걸었다. 연말까지 이 대표가 용퇴를 결단하면 신당 작업을 멈추겠다는 것인데, 당내에서도 "과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창당 동력을 상실한 마당에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당을 흔든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초 대국민 발표를 목표로 창당 실무 작업 중인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2선 후퇴'는 물론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물갈이를 전제로 당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1일 YTN라디오에서 '연말까지 10일도 안 남았는데 어떤 변화와 결단이 이 전 대표를 당에 남게 하는 비결인가'라는 질문에 "다 아는데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며 "'통합비대위에 공감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는 지도부를 바꾸는 대표직 사퇴를 말한다"며 "(연말까지 이뤄지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비대위 전환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 4인방(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이 주장한 것이다. 그간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거취 문제만큼은 에둘러 표현해온 이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이 대표 사퇴'와 '통합비대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원칙과상식'에 사실상 러브콜을 보낸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유일한 비명계 모임조차도 이 전 대표의 신당 합류에 대해선 확답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과상식'에 참여 중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신당은 선택지 중 하나"라며 "이 전 대표는 이 전 대표대로 정치 프로세스가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프로세스가 있다. 아직 결정한 건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물론 비명계, 나아가 다수 친낙(친이낙연)계 인사까지 신당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 전 대표와의 연대설이 불거진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가세도 사실상 불발되면서 이 전 대표는 사실상 고립된 모양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20일 이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범민주·진보 세력을 아울러달라"며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실망스럽다. 나로서는 해오던 일(창당)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나의 말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제시한 사퇴 시한은 이제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대표는 '외면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사퇴 주장과 관련해 "민주 정당에서 정당 구성원들이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생각은 다양한 것이 정당의 본질이다. 의견이야 얼마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내에서도 이 전 대표의 요구 자체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퇴를 전제한 만남에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힌 의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여론몰이를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시선도 있다.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22일 YTN라디오에서 "사퇴를 전제한 통합비대위는 조금 과하다"며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혼란과 위기를 가중하는 형태로 당을 혼란, 분열로 이끌어가면 그런 민주당을 좋아할 국민과 당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 친명계 의원도 "참여할 의원도 없는데 비대위 안 하면 (창당을) 안 하겠다는 건 자신감을 잃었거나 관심을 받으려고 무리하는 것"이라며 "신당은 지나간 이야기라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