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률 19.5%·적자 255억 달러…밀·옥수수·콩 수입 꾸준히 늘어
쌀을 제외한 밀과 콩 등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전쟁과 기후위기로 세계가 곡물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곡물 수입에 따른 무역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우리나라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집계됐다. 곡물자급률은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사료 포함) 가운데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비율로 우리나라는 80%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전세계의 곡물자급률은 100.3%로 100%를 넘어서고 있다. 주요국 중 호주는 곡물자급률이 327.9%로 가장 높았고, 캐나다 173.3%, 미국 121.3% 등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은 91.9%였고, 곡물 수입이 많은 일본조차도 27.7%로 우리나라보다는 높았다.
특히 일본은 2007~2008년 곡물자급률이 25.8%에서 서서히 높아졌지만 우리나라는 28.0%에서 오히려 8.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주요 곡물 가운데 쌀은 84.6%의 자급률을 기록했지만 대두(5.9%), 옥수수(0.8%), 소맥(0.7%) 등은 한 자릿수 자급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곡물 수입이 늘어나면서 농축산물의 무역 적자도 커지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254억9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억3100만 달러가 증가했다.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 1238억100만 달러, 일본 573억2200만 달러, 영국 369억9000만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밀 수입액은 13억4911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가 늘었고, 같은 기간 옥수수 수입액은 36%, 대두 수입액 역시 23.2%가 증가했다.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전쟁과 기후위기 등 변수에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국내 곡물 가격도 휘청일 수 밖에 없다. 농경연의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제곡물 시장 영향 분석'에 따르면 전쟁 이후 옥수수, 콩의 올해 선물가격은 평년 대비 각각 137.7%, 102.1%, 72.0% 상승하기도 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곡물자급률을 높이는 대신 '해외식량기지'를 확보하겠다고했고, 박근혜 정부 역시 몽골, 러시아 연해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농업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했지만 각국의 식량안보 정책에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비롯해 곡물 비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이상기후와 전쟁 등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제 곡물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농가는 수요처가 있어야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가공 기술과 품종 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수요처를 만들어야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