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할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에 대해 임대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거절하고 피고들을 상대로 주택 인도를 구한 사건에서, 원고의 갱신 거절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 집주인은 2019년 1월 21일 한 부부에게 보증금 6억3000만 원에 2019년 3월 8일부터 2년간 아파트를 임대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부부는 2020년 12월 22일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는데, 집주인은 2021년 1월 4일 부부에게 임대차 계약 만료 후 본인이 실제 거주할 계획이라며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집주인은 부부를 상대로 아파트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심도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실거주요건 조항 해당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임대인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동시에 임대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판결에 불복한 피고들이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면서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추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는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 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원심 법원은 이 같은 사정들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게 대법원 판례 취지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