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외식 등도 모두 줄었지만
비싼 집값에 교외로 이사가면서 차량은 필수
기존 승용차서 픽업트럭, SUV로 수요 확충
미국인의 자동차 소유욕과 운전에 대한 습관이 기존과 다르게 바뀌고 있다. 차량 소유욕은 여전하지만, 운전은 이전보다 더하지 않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미국인들은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예전처럼 많이 운전하지는 않고 있지만,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대한 욕구는 더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1인당 운행거리는 경기회복 초창기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봄 이후로는 팬데믹 전보다 못한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팬데믹과 봉쇄 정책으로 상점과 직장 문이 닫히면서 미국인의 운전이 빠르게 억제된 탓이다.
미국 교통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인의 여행 횟수는 2017년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또 경제학자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와 니콜러스 블룸, 스티븐 데이비스의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고용주의 압박에도 10월 전체 출근일수의 약 28%가 재택근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이유로 미국인의 운전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다고 업계가 자동차 판매 부진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의 차량 소유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수요는 최근 승용차에서 벗어나 더 크고 비싼 픽업트럭과 SUV로 이동하고 있다.
싱크탱크 이노교통센터의 로버트 푸엔테스 회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가계가 교외 지역이나 남부, 서부 주로 이사하게 됐다”며 “이는 운전 습관에 관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원격 근무 활성화와 도심의 비싼 집값이 많은 미국인을 교외로 밀어냈고, 그 덕분에 주행 거리와 상관없이 자동차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 된 것이다.
팬데믹 기간 공급 제약에 감소했던 신차 판매도 이제 대부분 해결됐다. 올해 미국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내년엔 2%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S&P글로벌모빌리티의 토드 캠파우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최소 5년간 1550만~1700만 대가 팔릴 것”이라며 “팬데믹 이전 수준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 점은 시장의 어두운 이면이다. 많은 사람이 차량 구매를 늘리는 동안 차량 가격 상승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어난 대출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3분기 90일 이상 연체된 자동차 대출 비중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는 “쇼핑과 외식, 여행은 2017년부터 일제히 감소했고 팬데믹으로 사람들은 집에만 머물게 됐다”며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가까운 시일 내 이전 습관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