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가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누적 기술수출 규모만 9조 원에 육박하면서 글로벌 무대를 향한 꿈이 무르익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과 LCB84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단계별 마일스톤까지 포함해 최대 17억 달러(약 2조24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이번 계약은 올해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이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단일물질 기술수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꼽힌다. 선급금만 1억 달러(약 1300억 원), 단독개발 권리행사금은 2억 달러(약 2600억 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에도 암젠과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이전하는 1조6000억 원 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지금까지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총 13건, 8조7000억 원에 달한다.
얀센에 이전한 LCB84는 경쟁약물과 차별되게 암세포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잘린 형태의 Trop2(영양막 세포 표면 항원-2)항원을 타깃하는 Trop2-ADC이다. 레고켐바이오의 차세대 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과 약효를 끌어올렸다. Trop2는 고형암 세포에서 과발현하는 항암 표적 단백질로, 레고켐바이오는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2상에 진입했다.
LCB84는 지난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올해 월드ADC런던 등에서 경쟁약물들이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암세포까지 효능을 보이면서 TROP2가 발현한 정상세포에서 유의미한 독성을 보이지 않는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한 바 있다. 이런 우수한 성과로 다양한 글로벌제약사의 주목을 받았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지난해 전임상 데이터가 나왔을 때부터 얀센이 관심을 보였고, 오랜 기간 실사 및 협의를 거쳤다”라면서 “뛰어난 데이터로 상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에 따라 얀센은 LCB84의 전 세계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임상 1/2상은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진행하며, 단독개발 권리를 행사한 후에는 얀센이 전적으로 임상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책임진다.
앞서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은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다. ADC분야 첫 번째 후보물질 LCB14(HER2-ADC)는 중국 포순제약이 유방암 임상 1상과 로슈의 케사일라와의 비교 임상 3상, 폐암·대장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는 올해 10월 임상 1a상 첫 환자 투여를 개시했다. LCB71(ROR1-ADC)는 중국 씨스톤(CStone)이 미국과 호주, 중국에서 임상 1상 중이며 LCB73(CD19-ADC)은 익수다를 통해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후속 ADC프로그램의 개발에 속도를 내 기술수출을 이어나간단 방침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임상에 진입한 첫 작품인 LCB84가 빅딜에 성공한 만큼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다수의 회사와 추가 기술이전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