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ㆍ피자ㆍ치킨업체들 인상 잇따라
가격 고공행진에 집밥 선택…“외식 부진 장기화” 전망도
프랜차이즈 업계는 올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도 원부자재 인상을 이유로 가맹점주 원성이 커지자, 결국 연말에 이르기까지 가격을 인상하며 소비자의 외식비 인상을 부채질했다. 겉으로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햄버거, 카페, 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업체는 알음알음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2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을 지난달까지 30개월 연속 웃돌았다. 올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1월 전년 동월 대비 7.7%를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이후 다소 둔화했다. 지난달 상승률은 4.8%다.
지난달 기준 물가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진 외식 품목은 햄버거로, 전년 동월보다 16.9% 뛰었다. 햄버거 업체들이 올 상반기 잇따라 인상에 나서며 가격을 높인 탓이다. 대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올해 2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5.4% 올렸고 지난달 2일에도 버거 4종, 맥모닝 메뉴 1종 등 총 13개 메뉴 가격을 평균 약 3.7% 올렸다.
2월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도 버거 메뉴 가격을 평균 4.8%, KFC는 버거와 치킨 제품 가격을 100~200원가량 올렸다. 같은 달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 등 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뒤이어 맘스터치는 3월 제품 43종 가격을 평균 5.7% 올렸다.
피자 업계도 올해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한국피자헛은 6월 말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라지 사이즈는 1000원, 미디움은 600원씩 각각 올렸고 앞서 2월 미스터피자도 일부 메뉴 가격을 4~5% 인상했다. 피자알볼로는 올해 제품 평균 가격을 4000원 인하했지만 동시에 크기를 1인치 줄이면서 '환영받지 못한 인하'로 전락하기도 했다.
치킨 업체 중에서는 bhc치킨이 이달 29일부터 3000원 안팎 인상에 나서면서 주요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이 일제히 2만원대로 오르게 됐다. 교촌은 올해 4월 품목별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해 대표 제품인 '허니콤보'는 2만3000원에 가격을 형성했다.
이 밖에 네네치킨은 5월 주요 메뉴를 1000~2000원 인상한 데 이어 8월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추가로 올렸다. 처갓집양념치킨과 푸라닭치킨도 각각 5월과 11월 주요 치킨 메뉴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경우 저가 브랜드들 중심으로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4월 컴포즈커피가 카페라떼, 카푸치노 가격을 200원 올렸고, 뒤이어 빽다방이 음료 가격을 200~500원 인상했다. 프리미엄 업체 중에서는 커피빈이 올 초 카페라떼 등 가격을 200원 인상하며 레귤러(R) 사이즈 1잔 가격이 6300원이 됐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일련의 가격인상에 대해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동안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점주협의회와 가격인상 폭을 조절하고, 본사 차원에서 상생 지원금을 내는 형태로 가맹점주의 고통을 분담해왔다. 하지만 식재료 원부자재 인상과 인건비 부담, 배달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자, 끝내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편 외식 가격이 이처럼 고공행진 하면서 당분간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값비싼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외식 산업이 반등했으나 급격한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나타났다"며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며 외식업 부진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