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연말결산] 가상자산 ‘정책 원년’ 어디까지 왔나?…2024 핵심 키워드 ‘규제 명확성’

입력 2023-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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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상자산 규제원년…국내외 가상자산 규제 정립 속도
업계, 규제 ‘첫발’ 환영…내년 2단계 업권법에 거는 기대 커
“코인 투자에만 매몰돼선 안 돼” 의견도…지나친 규제도 ‘경계’

▲블록체인 관련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023년은 ‘가상자산 원년’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대로 국내외에서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첫발을 내디딘 한 해였다. 업계는 대체로 올해 정립된 규제를 환영하면서도, 내년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시장 육성에 필요한 규제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2023년에는 국내외 다양한 국가들에서 가상자산 관련한 규제와 정책이 정립된 한해였다.

국내외 가상자산 관련 규제 마련, 정책 수립 활발

먼저 국내에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1단계법)이 6월 통과되면서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1단계법은 우선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시세조종,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이용자 예치금 관련 규정 등을 담았다.

이달 10일에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1단계법의 시행령 및 감독규정 입법예고를 통해 △예치금 이용료 △콜드월렛 보관 비율 상향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 적립 기준 △예치금 제3자 위탁 금지 △CBDC 예금 토큰 및 NFT 제외 등 구체적인 사안을 규정했다.

또한 22일 국회에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 요건에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우려가 상당한 자’ 등을 추가하는 특금법 개정안 발의되기도 했다. VASP 불수리 요건이 강화되며, 내년부터 줄줄이 예정된 VASP 연장 과정에서 퇴출 기업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겼다.

해외도 각자 방식대로 규제를 마련 중이다. 우선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여전히 개별 기업에 대한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11월 중순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제기된 일부 혐의를 인정하며, CEO였던 창펑자오가 사임하고 43억 달러의 벌금을 내게 됐다. 이로인해 장기적으론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지형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SEC는 이외에도 리플, 코인베이스 등 다양한 가상자산기업들과 재판을 통해 행위를 통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은 법률 제정에선 속도를 내지 못하는 중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 하원에서 공화당 주도로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법안을 연내 처리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5월 31일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기본법인 미카(MiCA)법이 통과되며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거래소 같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격요건과 라이센스 의무화 규정을 골자로 한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통 금융의 원칙을 가상자산 산업에 맞게 접목해 규제를 수립했다.

또한 미카법은 가상자산을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 △기타 토큰으로 구분해 차등규제를 도입하고,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 발행자에게는 충분한 유동성 준비자산을 보유할 의무를 부과했다. 여기서 자산준거토큰은 주식, 채권, 상품 등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토큰은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던 홍콩이 다시 가상자산 관련 문호를 개방했고, 싱가포르 역시 싱가포르통화청을 중심으로 탈중앙화금융 시범사업인 ‘프로젝트 가디언’을 운영하는 등 세계 각국이 저마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 정립 및 정책 수립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첫발 뗀 가상자산법, 업계가 바라는 2단계법 핵심은 ‘명확성’

업계는 올 한해 변화한 국내외 규제 상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이 회색지대였던 가상자산 시장에 일부분이지만 규제가 생기며 ‘첫발’을 뗐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올해는 지지부진하다고 느껴졌던 기본법이 통과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크게 부담되는 사항이 없어, 이용자보호를 위해 법을 준수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2단계법(업권법) 관련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2단계법에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 코인 규제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가상자산의 유통량 및 발행량 기준 정립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법조계에선 이 2단계법이 미카법을 참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는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반영하겠단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이 2단계법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단계법이 대부분 가상자산 투자와 투자자보호에 집중된 만큼, 여전히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에 회색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다수 거래소 관계자들은 공시와 상장 및 상장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정립되길 희망했다. 관계자 A씨는 “여전히 공시, 상장 및 상폐 등에 대한 명확한 법이 없어 거래소가 매번 많은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빠르게 법제화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 B씨 역시 “업계에 더욱 중요한 건 2단계법”이라면서 “개별 프로젝트들에 대한 공시 관련 규정이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글로벌 시장에 뒤처지지 않도록,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자산 ETF나 법인, 기관들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 및 관련 기업들은 업권법에 대한 요구가 더 컸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기술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올 한해 동안 규제가 전보다는 명확해졌다고 느낀다”면서도 “업계 관련 규제 명확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업계가 너무 가상자산 투자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있음에도 대체로 논의가 가상자산 투자에만 집중되다 보니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망설이는 부분이 있다”면서 “게임이나, 총선이 다가오다 보니 정치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블록체인이라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국내 규제와 관련해 업계보단 더욱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그 해가 규제 원년이라는 이야기는 2018년부터 해오고 있다”면서 “그나마 올해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나 미카법이 생겼지만, 대체로 거대 담론에만 머무르고 있어 실제 업계 플레이어나 이용자들에게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거대 담론보다는 예를 들어 가상자산 투자 사기 피해 등을 즉각적이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업계 전체를 주도하려는 방식을 조금 수정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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