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어디로…자민당 총재 선거 돌파구 될까 [글로벌 선거의 해]

입력 2024-01-0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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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위태로운 기시다, 오리무중 일본 경제
기시다, 지지율 하락 의식해 정책 경로 수정
이시바, 엔저·저금리 정책 지적
“선거 직전 통화정책 변경 어려워”
일본은행, 일단 금융완화 정책 유지 결정

일본 경제가 양대 정책 축인 재정과 통화 부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새해 치러질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혼란을 더 부추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021년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증세 안경’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확대 재정정책을 추진해 왔다. 2027년까지 5년간 방위비를 43조 엔으로 늘리겠다며 대규모 증세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연이은 내각 지지율 하락세에 지난해 10월 돌연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달 치러진 중·참의원 보궐 선거와 올해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의식해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또 다른 유력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기시다 정부가 효과적인 경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일본이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엔저·저금리로 기업에 호의적인 정책을 펼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매력적인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며 “지방으로 부를 분산해 내수 활성화를 유도하면 일본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시바 전 간사장이 차기 총리 자리에 앉게 됐을 때도 기업에 엄격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책이 여론 저항에 부딪히게 되면 기시다 총리처럼 지지율 하락세를 의식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해 2월 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의 후임으로 지명됐을 때부터 마이너스 금리와 초장기 완화 등 이례적인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또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몰락을 가져온 비자금 스캔들이 우에다 총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기시다 정권 정책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아베파가 몰락하면서 우에다 총재가 부담을 덜게 됐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를 주도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아베파 정치인들은 대규모 재정정책과 초완화적인 통화 부양책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우에다 총재가 마냥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은행이 정치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현시점이다. 미국 금융정보 컨설팅업체 옵저버트리그룹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어디까지나 경제와 물가에 관한 판단에 근거해 결정하는 것이지만, 선거 직전에 움직이면 정치적 해석이 난무해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 총리 취임 등 정치권 불확실성 요소가 해소돼야 일본은행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마이너스 기준금리 해제와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종료를 보류했다. 물가와 임금 동향을 더 살펴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2% 목표의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확실히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적절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우선은 금융 완화 정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통화 정책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처럼 공격적인 완화 부양책을 선호하는 인사가 신임 총리가 되면 우에다 총재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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