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투자증권도 ELS 위험등급 변경…증권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
주가연계증권(ELS)이 증권업계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증권사들이 ELS의 위험등급을 올리며 선제적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급락에 손실 우려가 커진 지수형 ELS뿐만 아니라 종목형 ELS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8일부터 해외·국내 종목형 기초자산이 포함된 ELS·파생결합증권(DLS)의 위험등급을 ‘2등급(높은위험)’에서 1등급(매우높은위험)으로 변경한다. 원금비보장형 상품 중 기초자산에 해외·국내 종목이 포함된 종목형과 혼합형 모두 대상이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종목형 기초자산의 경우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위험등급) 상향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된다. 그러나 해당 지수가 녹인 배리어(원금 손실 한계선)를 터치한 경우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하락장에서는 만기가 돼도 원금손실 우려가 크다.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종목형 ELS의 위험등급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변경했다. 기초자산이 종목형으로만 구성된 경우 외에 지수형과 종목형을 같이 가져가는 경우에도 위험등급이 한 단계 올라가게 됐다.
증권사들이 종목형 ELS의 위험등급을 올리는 이유는 올해 상장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각각 18.73%, 27.6% 상승했다. 하락했던 지수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종목들의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2300에서 28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이며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내 총선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이슈를 거치면서 종목별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홍콩 H지수 ELS 손실 우려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선제적 대응을 끌어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중 2020년 4분기까지 발행된 ELS는 대부분 조기상환됐지만, 2021년 1월부터 발행된 금액은 대부분 조기 상환에 실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조9000억 원 규모의 ELS가 올 상반기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국내 종목형 ELS도 일부 종목의 주가 침체가 길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카카오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한화스마트ELS 9063호는 최근 5차 자동조기상환이 순연됐다. SK하이닉스의 기초자산 종가는 14만500원으로 5차 자동조기상환 기준가격인 9만6050원을 웃돌았지만, 카카오는 기초자산 종가가 5만2800원으로 기준가격인 7만9560원을 밑돈 탓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ELS 위험등급 변경 조치는 증권사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종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ELS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면서 증권사 자체적으로 투자자에 경고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종목형 ELS의 위험등급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