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정보비대칭 해소가 목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만들 것
포털정책 따른 '노출 제한' 걱정돼
데이터 수집 자동화 시스템 구축"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합니다.”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 ‘혁신의 숲’을 서비스하는 마크앤컴퍼니의 홍경표 대표가 최근 본지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혁신의 숲은 스타트업의 데이터를 수집해 성장 추이와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해주는 플랫폼이다. 스타트업의 고용 현황, 재무 정보, 트래픽, 소비자 거래, 특허 현황, 보도자료 등 폭 넓은 정보를 수집한다. 주요 고객은 투자사 및 기업 고객이다. 스타트업 시장의 전체적인 투자 동향 등을 보여주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혁신의 숲은 한 스타트업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깊이 있게 보여준다.
혁신의 숲 이름은 파주의 ‘지혜의 숲’에서 착안했다.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지혜의 숲에 출판사들이 기부해 놓은 책들이 있는 것처럼, 스타트업들의 정보를 한 데 모아 다음 세대 창업자들이 볼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세부적으로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모이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혁신의 S.Up.(Start-Up)으로 설정했다.
2021년 10월 론칭한 혁신의 숲은 현재 8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투자자는 4300명 이상이다.
마크앤컴퍼니는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강남역 인근의 한화 드림플러스에 위치해 있다. 홍 대표는 마크앤컴퍼니 창업 이전에 한화그룹 CVC인 드림플러스를 6년 간 총괄 운영했던 경험과, 그 전에 8년 동안 창업했던 경험을 살린 오피스 선정이라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 두 경험을 살려 ‘데이터’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누군가에게 부탁해 추천을 받는 방식이 대부분이라 정보 비대칭을 가장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로 ‘선순환’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들은 본인과 유사한 경쟁사들의 데이터를 보면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데이터를 보고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며 “결국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시간을 쓰기 보다, 내가 열심히 하면 투자자들이 찾아보고 쫓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의 숲 서비스는 무료다. 홍 대표는 “데이터를 유료화하지 않는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의 숲에 올라오는 8000여 개의 스타트업들 데이터는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업로드, 업데이트된다. 홍경표 대표는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 “영업 비밀”이라면서도 “성장 추이를 보려면 늘 최신화된 데이터가 존재해야 하는데, 8000개가 넘는 회사에 직접 매번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하기엔 가능하지 않다 생각해 자체 수집 방법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는 “법률적인 검토는 다 마쳐,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며 “이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만 영업 개시 이전에 2년 가량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는 성장 가능한 회사를 보여준다. 홍 대표는 “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보는 이유는 가장 좋은 투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미 성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 과거로부터 현재를 분석하고, 현재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크앤컴퍼니는 혁신의 숲 이외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대기업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홍 대표는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혁신의 숲 데이터의 정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그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만큼, 어쩌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건 데이터의 정합성”이라며 “이때 혁신의 숲 데이터로 투자했던 회사들을 검토하며 정합성을 높이고, 그 다음에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정제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향후 혁신의 숲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 처럼 ‘스타트업 추천’ 서비스도 탑재할 방침이다. 홍경표 대표는 “투자자가 찾고 있는 카테고리 내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을 보여주고, 본인과 유사한 성향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자주 열람한 성장 스타트업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 마이페이지와 즐겨찾기 서비스를 만들어뒀다.
홍 대표는 혁신의 숲을 운영하는 데 있어 아쉬운 점으로 ‘포털의 정책 변화’를 꼽았다. 홍 대표는 “현재 들려오는 우려처럼 CP사들만 제외하고 포털 검색이 어려워진다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보 비대칭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의 정보들은 대부분 일부 전문지들을 통해 일반 시장과 접하게 되는데, CP사가 아닌 매체의 노출이 줄어들면 스타트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질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혁신의 숲은 미래세대가 더 나은 환경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홍 대표는 “역사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며 “가령, 코로나라는 시기가 스타트업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고, 스타트업들은 이 혹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지, 버티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일을 저희는 하고 있다. 이게 다음 세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