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은행인 미야자키 은행은 자회사 ‘유메아이팜’을 운영 중이다. 유메아이팜의 주력 사업은 작물 재배. 사시사철 온화한 미야자키 날씨를 활용해 아보카도 농장을 운영하며 재배부터 판매까지 직접 나섰다. 금융업은 아니지만 사업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농장에 취업하는 지역민들 덕에 지역 경제는 활성화했다. 또 대부분 멕시코나 칠레 등 남미 수입에 의존했던 아보카도를 일본 내에서 생산하며 자급률을 키우는 데도 이바지했다.
일본 금융시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 중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일본당국은 ‘혁신’을 택했다. 일본은 2016년 이후 약 세 차례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일찌감치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은행이 보편화했다. 이에 일본 은행들은 경영 여건을 개선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규제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빅테크 기업은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지만, 국내 은행은 여전히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자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개선 발표는 미뤄진 상황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산업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보지 않고, 정부 규제 하에 두려는 기조가 강하다고 비판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정부가 금융업계에 ‘상생금융’을 요구한 점 또한 ‘관치금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금융사들이 고금리 상황에 큰 이자이익을 얻어 초과이익을 벌어들인 만큼 금융 취약계층에 혜택을 돌려주라는 취지의 상생금융을 요구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갑질’, ‘종노릇’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을 높여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일 수도 있다”며 “저축은행 등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으로 금융업권의 생존 문제에 대해서도 논해야할 상황”이라고 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중소상공인(SOHO) 대출 포트폴리오가 은행별로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전체 예금은행 SOHO 대출 잔액 대비 개별 은행 SOHO 대출 비중으로 각 은행에 비용을 배분할 경우 4개 시중은행 기준 약 2600억~44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9월 말 기준 약 88조 원의 SOHO 대출을 보유한 KB 국민은행의 부담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신한(66조 원), 하나(60조 원), 우리(52조 원) 순으로 높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했다.
각종 규제로 금융업권의 신사업 발굴도 어려운 분위기다.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도입 10주년을 맞이했지만, 일부 규제가 풀어지지 않으면서 한국형 투자은행(IB) 발전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투사 수익의 70~80%는 위탁·자기매매로 구성되고 사업 차별화가 관찰되지 않는 등 질적 성과는 다소 미흡하다”며 “최근 10년간 기업신용공여 규모가 20배 증가하는 등 양적 성과를 시현했지만, 주식자본시장(ECM), 부채자본시장(DCM), 인수합병(M&A) 부문에서 국내 종투사의 아시아 순위는 각각 20~30위권, 60~70위권으로 글로벌 IB들과 비교하여 기업금융 경쟁력이 열위에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종투사들이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지려면, 국내 종투사들이 기업들과 관계금융을 원활하게 형성할 수 있도록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고, 성과급 체계와 내부통제 개선 등을 통해 전사적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또한 글로벌 IB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법인지급결제 서비스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