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자구안, 산은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 곧 마련할 것"
최상목 부총리 "부채 의존적인 경영…공적자금 지원 없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에 890억 원을 납입하면서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 무산 위기는 한 고비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압박에 결국 태영그룹 측이 백기투항했지만 ‘진정성있는’ 추가 자구안 마련이 관건이다. 채권단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TY홀딩스 지분 담보 등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데다 정부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모기업의 부실한 대응에 정부와 채권단의 신뢰를 잃은 태영그룹의 실속있는 자구책에 따라 생존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TY홀딩스는 이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과 관련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납입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요구한 추가 자구안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전일 대통령실까지 강력 경고에 나서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산은에 따르면 태영 측은 애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 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659억 원만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채권단은 이 때문에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는다며 태영 측에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언급했고, 정부에서도 나서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두 손을 든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잔여 매각대금 납부뿐 아니라 남은 세 가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태영 측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최소한의 진정성을 보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주현 위원장, 이복현 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산은 회장과 금융당국 수장 회의체인 이른바 ‘F(Finance)4’ 회의를 열고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채권단에 당부했다.
다만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태영건설은 부채비율도 다른 회사보다 높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본인들이 보증을 선 게 많다”며 “부채 의존적인 경영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을 잘못한 태영건설 같은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있느냐’은 질의에는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결국 관건은 추가 자구안이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 동의를 얻으려면 네 가지 기(旣) 자구계획뿐 아니라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담긴 추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추가 자구계획에 대해서는) 산은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며 “태영건설이 무사히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채권단의 손에 달렸다. 채권단은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