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자구계획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채권단의 마음은 붙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최후통첩 시한인 주말 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8일 채권단은 아직 태영그룹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해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890억 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고 남은 자구계획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실행하겠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오늘까지도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이 나오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 측이 한 번 신뢰를 저버린 전력이 있다 보니 실제로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할지를 봐야 할 것 같다”며 “1차 채권단협의회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채권단 설득을 위한 키를 내놓지 않는 것은 태영 측이 여전히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채권단의 마음을 훔치지 못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도 알 수 없게 됐다. 기(旣) 자구안을 조속히 실행하겠다고 했지만, 채권단은 여전히 추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아직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까지 이틀이 남아 있지만, 채권단을 일일이 설득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11일까지 채권단을 설득해 워크아웃을 개시하게 되면 태영건설은 12일부터 4월 10일까지 자산부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처리 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주채권 및 보증채권의 채무조정 등), 유동성 조달방안, 회사 경영 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이 과정에서 논의된다.
기업개선계획안은 4월 11일 열리는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승인 여부를 따진다. 여기서 승인이 이뤄지면 특별 약정 체결 이후 기업개선계획 등 본격적인 관리 절차가 진행된다.
2차 협의회 한 달 뒤인 5월 11일에는 확정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채권자협의회와 태영건설 간 특별약정(MOU)이 체결된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개시하게 되면 경영권을 유지하게 되고 채권단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과 이자 조정 등을 통해 정상화의 불씨를 살리게 된다. 반면 채권단 설득에 실패해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상거래와 금융 채권이 중단되는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