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 에콰도르 키토 주변 영업 성황
시진핑 집권 이후 정부 탄압 심화 영향
제로코로나·부동산 위기 등으로 경제 위기 지속
지속되는 경제 위기에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CNN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 3만1000명 이상이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적발 건수가 1500여 건인 것과 비교하면 약 20배 급증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 전체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등 멕시코 인접 국가 출신보다 작지만, 현재 이민자 중 중국인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CNN은 짚었다.
육로를 통해 중국을 탈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콰도르 키토를 거친다. 2022년 에콰도르에 입국한 중국인은 약 1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1월에는 4만5000명으로 늘었다. 에콰도르를 찾는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소, 병원 등의 영업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5년 전 중국에서 키토로 이주한 한 중국인 여행사 직원은 CNN에 “키토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민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중국 가속화 배경에는 시진핑 집권 이후 강화된 중국 정부의 탄압이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중국인 수는 2013년 2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1~6월 12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 미국에서 망명 허가를 받은 이민자의 약 13%가 중국인이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중국인의 이민을 부추겼다. 2020년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진 고강도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많은 중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이 중국을 덮쳤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 발표를 잠정 중단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21세기중국센터 빅터 쉬 소장은 “중국이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남미와 미국으로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이는 상당수의 중국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