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여 만에 3분의 1로 줄어
기업계 ‘책임 경영’ 등 대안 단어 모색
관련 펀드 인기도 식어
미국 기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존재의 당위성을 위협받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미국 기업 경영자가 최근 ESG라는 표현을 폐기하고 단순히 ‘책임 경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SG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함축한 단어다. 21세기 들어 확산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이후 빠른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제도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반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S&P500 기업 중 실적 보고서에서 ESG 경영원칙을 언급한 업체는 61개사에 불과했다.
2021년 4분기 ESG 경영원칙을 언급한 미국 기업이 155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년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2022년 ‘비즈니스와 ES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비즈니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각종 진보적 의제 설정 노력을 비하해서 부르는 표현인 ‘워크(Woke)’의 확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의제에 대해 ‘자본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진보세력의 선동’이라는 식의 시각이 보수층 사이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보수층이 거부감을 보이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게 됐다.
다만 ESG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는 상존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연간 100개 이상 쏟아지던 ESG기업투자펀드도 급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55개가 출범됐던 ESG펀드가 하반기에는 6개에 그쳤다. FT는 펀드 명에서 ESG 라벨이 삭제되고 ‘지속가능’ 등의 문구로 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폴와이스의 브래드 카프 회장은 “대부분 기업은 실제로는 ESG 계획에 맞춰 경영하고 있다”며 “다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ESG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