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비중 13.9%로 2004년 이후 최저
공급망 재편에 멕시코 23년 만에 1위 전망
값싼 중국산 배제에 인플레 재점화 우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1~11월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해 중국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대미 수출 1위 국가 지위를 빼앗기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3.9%를 기록하면서 200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공급망을 중국에부터 다른 우호국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과 글로벌 기업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차이나 플러스 원’이 꼽힌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닐스 그레이엄 경제 전문가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정책이 미국 수입통계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빈자리를 멕시코 등 다른 나라들이 채우고 있다. 멕시코는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대미 수출국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대멕시코 수입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이 멕시코 공장에서 최종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사례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과 동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도 증가했다. 1~1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의 수입액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집계됐으며, 점유율은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다.
품목별로는 전자제품의 공급망 전환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11월 중국산 스마트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한 반면 인도로부터의 수입은 5배나 급증했다. 노트북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약 30% 줄어든 대신 베트남산 노트북 수입이 4배 늘어났다.
다만 일부 품목의 경우 여전히 대중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필수적인 리튬이온배터리는 대중 수입의존도가 70%에 육박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게임기 관련 부품 등의 중국 의존도 역시 여전히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70~8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행위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은 바이든 정권의 지지율을 발목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중 강경책과 인플레이션 억제 간 균형을 찾는 일이 바이든 정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여전히 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권이 중국에 대한 고삐를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관련 제품 등에 대해서 대중국 관세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